우즈베키스탄 동부의 도시 안디잔의 상황은 반정부 시민봉기가 일어난 지 사흘째를 맞은 15일까지도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정권은 이 도시를 봉쇄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한 채 유혈 진압작전을 펼쳤다.
도시 전체가 암흑 속에 갇혀 있지만, 목격자들의 전언과 외국으로 도피하려는 피난민들의 모습으로 참상이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14일 “시위 진압과정에서 10명의 경찰관이 사망했으며 시위대의 희생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즈베키스탄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14일 오전 많은 여성을 포함해 300구 가량의 시신을 실은 트럭과 버스 1대가 안디잔 외부로 떠나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권단체 관계자도 “양측의 전체 사망자수가 500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 및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페르가나 계곡에서는 새로운 시위가 발생했다. 안디잔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페르가나 계곡의 카라수 마을에선 14일 시위대가 경찰서와 세무서, 검찰청사 등 관공서를 습격, 방화했다.
정부군은 급히 카라수를 포위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첫 시위가 발생한 안디잔은 비극의 현장이 아니라 민주화의 성지가 될 수도 있다.
페르가나 계곡은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에 걸쳐있는 지역으로 반정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중심이다. 3월 키르기스스탄의 시민혁명이 촉발된 곳도 안디잔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오슈였다. 무장독립단체인‘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IMU)도 계곡 주변을 기반으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
안디잔의 피난민들과 부상자들은 포위망을 뚫고 시민혁명이 일어난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도피하려 하고 있으나 정부군은 국경을 봉쇄하고 총격을 가하며 이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로운 희생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탈출하지 못한 채 페르가나 계곡 지역을 떠돌고 있는 3,000~5,000명 가량의 이재민들이 반정부 시위대로 돌변할 가능성도 상존해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페르가나 계곡 지역의 이슬람 과격세력의 소행이고, 중앙아시아의 민주혁명 도미노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카리모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이번 사태로 중앙아시아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우즈베키스탄 군대가 안디잔의 시위대에 발포했다는 보도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당국이 상황을 처리하는데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양측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했을 뿐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리모프 대통령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에 공군기지를 제공해 미국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