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이 달부터 본격적인 춘투(春鬪)에 나섰으나 잇따라 노동계 비리사건이 불거지면서 투쟁강도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춘투도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사정 협상 결렬로 비정규직 관련법안 국회 처리에 실패한 이 달 초까지만 해도 올 춘투는 비정규직 관련법안 투쟁과 임금협상이 맞물려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국노총 비리 의혹사건과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들의 사원채용 금품수수 사건이 터지면서 노동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또 전환기를 맞고 있는 양 노총 지도부가 예전처럼 산하조직에 대해 일사불란한 지휘ㆍ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돼 춘투 동원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노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노사분규는 지난주까지 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건)보다 다소 많았으나 분규 참가자수는 1만2,435명으로 지난해 2만9,638명보다 훨씬 적어 분규강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양 노총이 장외투쟁 일정과 임금 인상률 등을 제시하며 사업장별, 업종별 투쟁을 독려하고 있으나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2개월째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플랜트 노조의 투쟁을 지원키 위해 2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울산에서 갖기로 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또 17일 울산에서 영남권 단위노조 및 본부노조가 참여하는 ‘영남권 노동자 대회’를 갖고, 20일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중부권 노동자 대회’를 가질 방침이다. 이밖에 민주노총 소속의 15개 산별연맹 가운데 금속연맹 공공연맹 등 9개 연맹 내 기업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올 임ㆍ단협 요구로 내걸었다.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연맹은 최근 ‘불법파견투쟁위원회’를 결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무기한 총파업 지침 4호’를 통해 “임ㆍ단협 투쟁을 6월 중순으로 집중하고 순환파업을 포함한 공세적 권리 보장입법 쟁취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올 임ㆍ단협 투쟁 지침을 통해 정규직 9.4%, 비정규직 19.9%의 임금인상을 목표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협상시기를 6월 하순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양 노총 산별 가맹조직과 지역조직은 지도부의 뜻과는 상관 없이 비정규직 관련법안 투쟁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노동계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 등 각각의 이해가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규직 중심의 단위 노조와 대기업 노조의 춘투는 ‘실천적 투쟁’보다 ‘선언적 투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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