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극단적인 폭력사태까지 불렀던 부안사태 이후 정부는 올해 원전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제외한 중ㆍ저준위 방폐장만 건설키로 한 것이다. 부안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안전성에 논란이 큰 고준위 임시저장소를 중ㆍ저준위 방폐장과 함께 설치하는 통합방폐장 방식이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고준위 방폐물은 사용후 연료로 방사선량이 매우 높은 물질이다. 전세계의 원전 선진국들조차 그 처분을 놓고 수십년째 영구처분이냐 재처리냐의 논란을 벌이고 있다. 고준위 전용 방폐장은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도 설치된 곳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전 국민여론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다 낭패를 당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중ㆍ저준위 방폐장은 위험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곳에 보관될 중ㆍ저준위방폐물은 원전에서 사용됐던 작업복, 덧신, 장갑, 슬러지, 각종 폐필터와 폐수지 등이다. X-레이 등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의 수거물도 포함된다.
정부에 따르면 중ㆍ저준위 방폐장의 연간 방사선량은 0.01밀리시버트로 X-레이 1회 촬영시 인체에 쏘여지는 방사선량의 10분의 1 수준이다. 방폐장이 생기면서 받게 될 방사선량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 방사선량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중ㆍ저준위 방폐장은 현재 전세계 33개국 7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세계 31개 원자력 발전국가 중 중ㆍ저준위 방폐장이 없는 나라는 한국, 대만, 슬로베니아 등 6개 국가뿐이다. 원전 없이 폐기장만 운영하는 나라도 베트남, 호주 등 14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중ㆍ저준위 방폐물을 원전 내 임시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1978년 고리1호기가 가동된 이후 방폐물들이 계속 쌓여 2008년에는 울진원전부터 포화상태가 된다. 정부가 올해 반드시 중ㆍ저준위 방폐장 계획을 확정,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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