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평가 받고 있는 보석이 있다면 사이판과 괌이다. 한국에서 4시간 30분 남짓한 가까운 거리에 있다며 은근히 푸대접하지만 분명 잘못된 평가이다. 태평양에 면하고 있는 두 지역은 동남아 어느 곳보다도 깨끗하고 맑은, 투명한 바다빛이 자랑이다. 멀리 타히티나 몰디브까지 가지 않고도 이만한 물빛을 볼 수 있는 곳은 이 곳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이판은 나라가 아니라 도시 이름이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수도이다. 13개의 섬이 있고, 이중 사이판, 티니안, 로타 등 3개의 섬에 사람이 거주한다. 북마리아나 제도가 있다면 남마리아나 제도도 있을 터. 바로 괌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사이판은 남북21㎞, 동서 9㎞가량의 조그만 섬이다. 괌은 사이판보다 면적이 3배 가량 넓다.
모두 산호초가 바다 위로 솟아올라 만들어진 지형이다. 당연히 산호가 많다. 특히 서해안쪽은 거대한 산호초 띠가 두르고 있다. 아무리 거센 파도가 닥쳐도 산호가 막아 준다. 1년 내내 잔잔한 파도만이 있다. 천혜의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대신 동해 바다는 거칠 대로 거칠다. 세계에서 가장 깊다는 마리아나 해구가 바로 동쪽에 버티고 있다. 사이판의 최고봉인 타포차우산은 해발 473m에 불과하지만, 주민들은 에베레스트산 못지 않다고 자랑한다. 마리아나 해구를 기점으로 따지면 이 곳이 더 높다는 우스개 소리도 전한다.
비슷한 자연 환경을 가진데다, 두 곳 모두 미국령에 속해 있어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다른 특징이 있다. 괌은 사이판보다 번화하다. 호텔의 수준도 사이판에 비하면 훨씬 낫다. 도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반면 사이판은 자연 경관이 아름답다. 괌에 비해 개발이 덜 된 덕이다. 새 섬, 자살 절벽, 만세 절벽, 블루 그로토 등 볼거리도 많다. 괌은 사랑의 절벽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볼거리는 없다. 대신 번화가인 투몬 지역에 현대화한 다양한 놀이 시설을 만날 수 있다. 보다 세련된 시설을 원한다면 괌을,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원한다면 사이판을 택하는 것이 좋다. 시설이 떨어지는 대신 사이판의 물가는 괌보다 20%이상 저렴하다. 미국령이지만 15일 이내로 머무를 때는 비자가 필요 없다는 것도 공통점.
바다를 즐기는 데는 두 곳의 차이가 거의 없다. 산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해안을 따라 곳곳에서 해양 스포츠가 벌어진다.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파라세일링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물 한방울 적시지 않고 바닷속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잠수함이다. 사이판은 세계 최초로 관광 잠수함을 운항한 곳이다.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바닷속에 잠긴 길이 120m짜리 선박과 캘리버50 등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나가하 섬은 사이판의 숨은 명소이다. 선박으로 15분이면 닿는다.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물속에 얼굴만 담그면 수많은 고기떼를 볼 수 있는 자연 수족관이다.
괌에도 쉽게 바닷속을 볼 수 있다. 피시아이라는 곳이다. 2차 대전 때 폭격으로 깊이 10m가량의 거대한 구멍이 생긴 곳이다. 이 곳에 수중 전망대가 설치됐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환상적인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사이판은 아시아나항공이, 괌은 대한항공이 매일 오후 8시 30분 한 차례 항공편을 띄우고 있다. 북마리아나제도관광청 (02)752-3189, 괌관광청 (02)765-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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