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고파서 울면, 주인들은 나를 귀엽다고 한다. 귀랑 등이랑 온몸을 쓰다듬는다. 나는 더러운 것이 몸에 묻는 것 같아서, 툭 툭 툭 떨어 버린다. 또 쓰다듬는다. 또 떨어 버린다. 엄마 젖을 빨고 싶어서 울면, 주인들은 나를 귀엽다고 쓰다듬는다. 귀찮다. 아기들은 나를 안아서 높이 치켜 올린다. 그럴 때면 아찔하다. 안고 뒹굴기도 한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울면 예쁘다고 뺨에 입을 맞춘다. 죽을 지경이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강아지 일기장에 적힌 내용이다.
우리 나라 창작동화 선구자인 마해송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장편동화 ‘멍멍 나그네’가 출간됐다. 강아지 베쓰가 주인공인 이 책은 장편동화가 전무하던 1960년, 그 해 4월부터 9월까지 본보에 연재한 후 1961년 현대사라는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왔었으나 오래전 절판 돼 묻힌 작품이었다. 자신이 기르던 개를 모델로 엮은 이야기.
베쓰는 다름아닌 우리가 흔히 길에서도 볼 수 있는 ‘똥개’다. 주인 아저씨가 베쓰를 사냥터에 데리고 나갔다가 잃어버리자 주인집 아이들이 베쓰 집에서 그가 쓰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기장에는 태어나서부터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 엄마 개와 보낸 행복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개가 눈먼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밥 동냥을 해 키운 이야기’와 ‘개가 주인을 불속에서 살리고 자신은 죽은 이야기’등 베쓰의 어머니가 훌륭한 개로 자라라고 교육시킨 이야기들도 있다. 밤에는 도둑을 지키고 낮에는 쇠사슬에 묶여 꾸벅꾸벅 졸아야 하는 서글픈 신세를 한탄하는 글들도 있다.
숲속에서 길 잃었을 때 만난 곰 영감을 통해 ‘단군신화’, ‘은혜 갚은 까치’, ‘개와 고양이’ 등 5편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5,000년 역사를 동물들의 조상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셈이다.
결국 이 동화는 베쓰가 숲속에서 학교도 다니고 친구들을 사귀어 뛰어 놀기도 하는 모습을 그리며 끝을 맺는다. 베쓰를 통해 우리 현실속의 아이들을 보게 만든다. 학교와 학원에 쫓겨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조차 없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를 슬며시 짚어주는 듯하다.
한편 한국 아동문학인협회(회장 조대현)는 마해송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일 경기 파주 출판도시 내 ‘마해송아동문학비 공원’에서 어린이 문화잔치를 개최한다. 1923년 국내 최초의 창작동화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발표해 우리 아동문학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살펴보는 강좌를 비롯해 백일장, 시 낭송, 동화 구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특히 이번행사에는 선생의 고향인 개성과 가장 가까운 파주 민통선 내 대성동초등학교 등 최북단 3개 초등학교 어린이 150여명이 초청된다. (031)903-7684.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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