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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튼 인준안’표결없이 본회의로

입력
200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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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외교위는 12일 존 볼튼(사진) 유엔대사 지명 인준안을 찬성 의견 표명 없이 본회의에 넘겼다. 상원 외교위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에 대해 상원 전체의 승인을 추천하지 않고 본회의로 넘긴 것은 지난 22년 동안 3번뿐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 상임위에서 자신의 고위 공직 지명안이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까지 볼튼 지명자의 부적격을 성토하는 등 백악관의 의회 장악력에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백악관은 인준 찬성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 로비를 펼쳐왔다.

상원 본회의 이관으로 볼튼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 유엔 미국 대사로 옮겨갈 가능성은 높아졌다. 현재의 상원의석 분포는 공화 55석, 민주 44석, 무소속 1석이어서 공화당 의원 6명이 이탈하지 않는 한 인준안은 통과된다. 공화당측은 오히려 민주당 의원 3명이 찬성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측이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이어감으로써 인준안 표결을 저지하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현재 법관 인준을 둘러싸고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어 부담을 안고 있다.

표결 없는 상정은 공화당으로선 차선의 선택이었다. 그 동안 볼튼 반대 표결 의사를 비쳐온 공화당의 중도파 조지 보이노비치(오하이오) 의원은 백악관과 공화당 동료 의원의 집중적인 로비를 받고 인준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상원 외교위 소속 의원은 공화 10명 민주 8명이어서 그가 반대표를 던질 경우 볼튼 인준은 부결될 상황이었다.

보이노비치 의원은 이날 "볼튼은 유엔의 미국 얼굴로는 적당치 않은 인물"이라며 "그는 외교단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인물의 표본"이라고 맹공했다. 그러나 같은 당의 조지 앨런(버지니아) 의원은 "우리는 지금 미스터 우정상이나 미스터 겁쟁이를 뽑는 게 아니다"며 "볼튼이 유엔 개혁을 추진할 적합한 인물"이라고 옹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간사인 조지프 바이든 (델라웨어) 의원은 "볼튼은 잘못된 선택이며 우리는 그 없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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