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신춘문예 출신 시인들의 성적표를 내 본 결과 박형준(39·사진) 시인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신문사 가운데에는 한국일보가 가장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
격월간 시전문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한국문연)이 최근 펴낸 앤솔러지 ‘시인의 눈’ 창간호는 1990-2000년 7개 중앙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78명의 등단작에 대한 ‘작품성’과 이후 ‘활동성’을 5점씩 배점해 평가·분석한 특집 ‘신춘문예를 점검한다’를 실었다.
평가 결과, 1991년 한국일보에 ‘가구의 힘’이 당선돼 등단한 박형준 시인이 총 평점 10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박 시인은 도서출판 작가가 실시한 ‘2005 오늘의 시’ 설문조사에서 문태준 문인수 시인에 이어 ‘가장 좋은 시인’ 3위에 오른 바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2003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시집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가 가장 좋은 시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시인에 이어 이정록(9.6), 고두현 손택수 이윤학(이상 9), 김수영 배용제(이상 8.6), 조정(8.3), 김영남 박남희(이상 8점), 서규정 장대송 박현수(이상 7.3점), 반칠환 조연호 박성우(이상 7점) 시인의 순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상위 5명 가운데, 이정록 시인(동아일보 출신)을 제외한 4명이 한국일보 출신이다.
신문사별 출신 시인들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 한국일보가 100점 만점에서 64.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동아(59.7점) 중앙(55.1점) 서울(50점) 조선(46.9점) 세계(45.4점) 경향(42.2점) 순이었다.
심사위원은 신경림 시인이 24회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김주연(16회), 황동규(14회), 정현종(11회), 김광규(8회), 김종해(7회), 김종길 오세영 유종호(이상6회), 박성룡 정진규 최동호(이상 5회) 순이다.
조사평가를 맡은 원구식 시인은 "신춘문예가 시단에 많은 기여를 했고 훌륭한 시인들을 배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문단의 미아가 나왔고, 그 작품성도 문예지와 우열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했다. 역시 평가위원인 박주택 시인은 "조사 대상인 신춘문예 등단자 70여명 가운데 일선에서 활동하는 시인이 10%도 안 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고, 조정권 시인은 "신춘문예 출신들이 등단 이후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60년대 신춘문예 시인들의 동인인 ‘신춘시 동인’이나 70년대 초반 ‘반시’ 활동처럼 자기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집기사는 "한국일보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심사위원을 비교적 빈번히 교체함으로써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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