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나라당은 호남에 가 있다.
의원들은 무리를 이뤄 광주 망월동을 찾았고, 또 찾을 예정이다. 강재섭 원내대표가 내려갔고 박근혜 대표도 내려간다. 산업단지를 찾고, 시장을 둘러본다. "뭐 부족한 것 없냐"며 지역예산도 챙기겠다고 한다. 강연회니 축구 대회니, 각종 자매결연 행사도 잇따라 연다.
하지만 호남의 마음은 좀체 열리지 않는 것 같다. 호남을 다녀온 의원들도 "여전히 차갑더라"고 이구동성이다. 최근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당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의 호남접근엔 이벤트는 있으나 진정성이 없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22년간 구 여권과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흔치 않은 호남출신 당료다.
호남에서 한나라당은 구 민정당의 그림자 때문에 ‘광주 학살당’의 이미지가 여전히 짙다. 어떤 의원은 "DJ집권으로 해원(解寃)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지만, "호남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은 아직 해원되지 않은 대상"이라고 이 부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자신의 뿌리(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가 호남에 대해 어떻게 해 왔길래 호남이 저처럼 깊은 상처를 받았는가에 대해 한나라당이 시간과 열정을 들여 찾아내야 한다"고 고언했다.
맞는 말이다. 한나라당의 호남행은 시대적 아픔에 대한 철저한 인식보다는 두 번의 대선 실패에 따른 절박감에 더 큰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쉬우니 갑자기 다가가 친하게 지내자는 식 아닌가.
잦은 호남 행 자체는 좋은 일이다. 자주 찾고,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호남을 찾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드시 놓고 가야 할 것이 있다.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다. 그래야 호남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보일 것이다.
이동훈 정치부기자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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