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양대 사령탑인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경기진단과 처방이 도대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재정금융정책과 통화신용정책을 각각 관장하는 두 사람의 말은 복잡한 이해가 충돌하는 시장에서 천금의 무게로 받아들여지고 가계와 기업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지침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때그때 다른 말로 상황을 분칠하고, 명백히 상충되는 정책마저 얼버무리니 위엄이나 권위는 찾아볼 수 없다.
박 총재는 그제 콜금리를 동결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3%에 못미친 것으로 보이며 지금은 경기가 저점에서 횡보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고유가 및 원화 강세 등이 수출과 내수를 모두 옥죄고 있어 경기회복 여부는 하반기에 가봐야 알겠다는 것이다. 반면 임박한 중국 위안화 절상, 한·미 금리 역전의 부작용, 부동산 거품, 생활물가 불안 등의 당면 현안은 건성으로 짚고 넘어갔다.
한 부총리는 어제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보다 양적으론 낮아도 내용면에선 소비·투자·수출이 훨씬 더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속도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가계소득 및 고용불안, 증시침체 등으로 소비심리는 다시 위축되고, 불투명한 시장정책과 수익성 저하로 투자심리도 싸늘해졌다. 수출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온 나라를 개발투기 무대로 만들어 놓은 정부가 이를 잡는다며 징세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북핵 문제가 10년래 최악의 상황인데도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야단들이다. 연초만 해도 경기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분명한 지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두고보자는 ‘천수답 논리’만 횡행할 뿐이다. 이래서야 리더십이 제대로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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