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부 차관보가 12일 워싱턴에서 "한미간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강화된 외교적 조치’를 강구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6자 회담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그 동안 취해온 외교적 노력에 더 추가할 조치가 남아 있을까 하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다.
그러나 이틀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국방부 고위 관리들을 두루 접촉한 송 차관보의 설명은 달랐다. 아직은 외교를 가동해야 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송 차관보는 "현재의 북핵 국면은 우려할 만하지만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데 한미간 의견이 일치한다"며 "6자 회담의 조기 개최와 실질적 조치를 위해 양적이나 질적으로 강화된 외교적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강화된 외교적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강압적인 제재보다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쪽으로’ 강화된 조치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측에 제시한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이기도 함을 시사했다.
그 맥락에서 북핵 문제의 안보리 상정이나 북한 해상 봉쇄, 북한 원조 중단 등은 건설적인 방안이 아닌 만큼 현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방안들이다. 그는 안보리 상정 문제 등을 "시계(視界) 밖의 상황"이라 표현하면서 "한미간에 시계 밖의 상황을 가정한 조치들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6자 회담 내 양자회담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직접 미측으로부터 전해 듣고자 한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과 영변 원자로 핵 폐연료봉 인출 완료 발표를 최근의 중요한 상황 변화로 꼽았다. 전자와 관련, 그는 북미가 접촉할 수 있는 기초를 넓히는 활동도 긍정적인 방향의 외교적 조치 속에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북미 뉴욕 채널을 적극 활용할 것을 미측에 주문했음을 짐작케 한다.
북한 함북 길주 핵 실험 준비설을 뒷받침할 만한 정보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도 긍정적 외교적 조치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함축하고 있다. 송 차관보는 "미측과 북한 핵 실험설과 북폭론 등이 언론 특히 일본 언론을 거쳐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말해 한반도 위기설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상황판단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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