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중국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향후 50년 이내 미국을 넘어서거나 적어도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패권국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나라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다. 중국 관련 각종 기행문 경영서와 처세서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정작 서점에 나가보면 중국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의 과거를 전체적으로 조망해주는 역사서는 의외로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중국사 서적은 서울대 동양사학 연구실 회원들이 지은 전 8권의 ‘강좌 중국사’와 중국사연구회가 공동 집필한 ‘중국역사박물관’ 존 킨 페어뱅크의 ‘신중국사’ 패트리샤 버클리 에브리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캐임브리지 중국사’ 등이 고작이다. 이런 가운데 왕조사라는 우물에 갇힌 중국사를 끄집어 올려,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함으로써 그 지평을 넓힌 역사서가 나왔다. 창해 출판사의 ‘맨얼굴의 중국사’와 도서출판 까치의 ‘열린 제국: 중국(고대-1600)’이 바로 그것이다.
대만의 언론인이자 ‘추악한 중국인’을 쓴 베스트셀러작가 백양(85)이 쓴 ‘맨얼굴의 중국사’는 이이화 선생이 쓴 ‘한국사 이야기’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책이다. 1968년 장개석 대만 총통을 비판하다 정치범으로 몰려 9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저자는 중국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걸림돌을 모두 없애 버렸다. 그간 중국사의 시기를 나누는 잣대로 통용되어온 연호 대신 10년을 기준으로 역사를 재정리했고 제왕들의 본명을 직접 사용했고 어려운 역사 용어를 현대적으로 풀어 썼다.
그렇게 탄생한 ‘맨얼굴의 중국사’가 중국인 손으로 풀어 쓴,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쉽게 읽는 중국사’라면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발레리 한센이 저술한 ‘열린 제국: 중국’은 횡적으로 넓게 바라보는 중국사다. 저자는 이른바 ‘정통 중국사’로 불리는 사관을 과감하게 폐기했다. 대신 그간 중국 통사가 철저하게 배제해온 외국인 소수민족 여성 환관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을 역사 안에서 복원해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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