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 커닝햄 무용단, 마사 그래엄 무용단과 함께 미국 3대 현대무용단으로 꼽히는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시어터를 20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만나게 됐다. 19~2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단체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무용가 앨빈 에일리(1931~1989)가 1958년 뉴욕에서 만들었다. 소규모 흑인 무용단으로 출발해서 다인종의 큰 무용단으로 성장했다. 에일리는 아프리카 춤과 미국 흑인 음악을 작품에 녹여넣어 개성을 뚜렷이 했다.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에 나고 자라 몸소 겪은 그는 무용단 구성이나 작품 내용에서 다민족주의와 ‘모두를 위한 춤’을 표방했다. 그리하여 미국 현대무용의 유산을 풍부하게 만들고 미국 내 아프리카계 문화의 독창성을 지키는 것이 목표였고, 뜻대로 이루었다.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통념과 달리 이 단체의 작품은 이해하기 쉬운 동작과 빠른 템포의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에 바짝 다가온다. 흑인 영가를 비롯해 듀크 앨링턴의 재즈, 강렬한 비트의 나이지리아 팝,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음악, 미국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음악 등 다채로운 음악을 써서 정열적이면서도 유연한 춤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 다양한 레퍼토리가 이들의 특징. 에일리가 만든 작품 뿐 아니라 외부의 여러 안무가에게 작품을 위촉해서 자신들의 레퍼토리를 늘려왔다. 그렇게 47년 간 65명의 안무가들이 만든 180여 편을 공연하면서 온갖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미국적 양상을 대표해왔다. 에일리가 타계한 뒤로는 에일리가 아끼는 무용수였던 주디스 재미슨이 예술감독을 맡아 이 단체의 명성과 위상을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있다.
이번 서울 공연에는 에일리의 대표작 ‘계시’(1960)를 비롯해 현 예술감독 재미슨이 직접 안무해서 올 시즌에 초연한 ‘러브 스토리’ 등 모두 7편을 갖고 와 매일 세 편씩 무대에 올린다. ‘계시’는 1800년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흑인의 역사를 흑인 영가에 맞춰 보여주는 작품으로 종교적 색채를 띤 감동적인 걸작이다. 이밖에 ‘빛나는 별’ (안무 데이비드 파슨스), ‘트레딩’(Treading, 안무 엘리사 몬테), ‘주바’(안무 로버트 배틀) 등 여러 안무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02)599-5743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