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스승의 날이 촌지 논란으로 얼룩져 안타깝습니다." 중학생 시절 스승의 날 제정의 모태가 된 스승사랑 봉사활동을 주도했던 변병선(58) 충남기계공고 교감은 촌지 문제로 스승의 날을 방학 중인 2월로 옮기자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1960년 강경중에 입학, 청소년 적십자 활동을 하며 병중에 계시는 선생님들을 수발하는 봉사활동을 주도했고 이것이 스승의 날 제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변 교감은 "당시 봉사활동을 벌였던 학생들의 마음은 정말 아름다웠는데…"라며 짙은 아쉬움의 한숨을 토했다.
스승의 날이 청소년 적십자에 의해 제정된 것은 64년이지만 기원은 58년부터 시작된 충남 논산시 강경읍 학생들의 봉사활동이었다. 강경중 강경여중 강경여고 등의 청소년 적십자 학생들을 중심으로 병을 앓고 있는 선생님이나 퇴직한 은사들을 위문하는 활동이 시작됐다. 변 교감은 2년 뒤 강경중에 입학하자마자 청소년 적십자에 가입, 이 활동을 주도했다. 그리고 변 교감에 앞서 활동을 초기부터 이끌어온 강경여고생 윤석란(59)씨가 61년 방학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들을 위한 조그만 잔치를 마련했다. 이 잔치가 점점 퍼져 나가 63년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은사의 날(9월21일)로 정했고 64년에는 스승의 날(5월24일)로 이름을 바꿔 전국 543개 학교에서 1회 기념식을 가졌다. 날짜를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정한 것은 65년부터였다.
변 교감이 기억하는 60년대 초 강경지역의 사제간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대부분 하숙을 하고 있던 선생님들은 폐병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이를 보다 못한 학생들이 쌀을 조금씩 모아 갖다 드리곤 했다. 학생들은 헝겊에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써 한쪽 가슴에 달고 선생님 구두를 닦아드렸다. 당시 학생들이 교사에게 줬던 선물도 요즘의 촌지나 상품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손수 만든 손수건이나 헝겊 우산, 편지봉투에 담아온 떡이 고작이었다. 부모님 몰래 선생님에게 드릴 쌀을 챙기다 들켜 야단을 맞기도 했다.
변 교감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요즘 스승의 날에는 학생보다는 부모가 나서 도가 넘는 선물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교사도 점점 바라는 것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은 스승의 날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초기 스스의 날의 순수로 돌아가야 한다고 항상 역설하는 변 교감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스승의 날 제정 관련 자료를 모아 퇴직 후 회고록을 낼 생각이다.
글·사진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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