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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월드컵 ‘인종주의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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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월드컵 ‘인종주의 먹구름’

입력
200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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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나치의 깃발이 펄럭인다. 흑인 선수가 공을 잡자 모욕적인 욕설들이 쏟아진다. 골을 넣은 선수는 홈 팬들에게 달려가 오른팔을 쭉 펴며 ‘파시스트 경례’를 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1년 여 앞두고 국제 축구계에 인종주의 경계령이 내려졌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2일 전했다.

유색인종 선수와 심판은 "정상적인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고 인종주의를 자극한 감독, 선수에 대한 처벌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신 나치는 올해 2차 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독일 각 지방에서 세력을 더하고 있어 축구계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드컵의 골칫거리는 술에 취해 떼로 다니며 상대 팬을 공격하거나 닥치는 대로 기물을 파괴하는 훌리건(Hooligan)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국제축구연맹(FIFA)과 한국, 일본의 보안당국은 이들에게 초점을 모았다.

최근 인종주의의 폐해는 훌리건 보다 더 심각하다. 훌리건의 공격이 상대팀 관중을 향해 이뤄졌다면 인종주의는 상대팀 특정 선수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경기에 영향을 준다. 실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그에서는 일부 선수를 겨냥한 관중의 집단 행동으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됐고 네덜란드에서는 인종 차별 구호를 외친 관중들 때문에 주심이 경기 자체를 취소했다. 또 영국 등 유럽 몇몇 지역에 한정된 훌리건과 달리 인종주의는 유럽 전역은 물론 남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인종주의를 자극한 감독, 선수에 대한 처벌로 축구계는 어느 때보다 어수선 하다. 지난 달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가 브라질 흑인 선수를 향해 인종 차별적인 욕설을 한 죄로 구금 당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루이스 아르고네스 감독은 벨기에와의 월드컵 예선 경기 도중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3,850만 달러(3백85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관중들이 영국 흑인 선수를 향해 인종차별 구호를 외쳤고 이에 토니 블레어 총리까지 나서 강력하게 항의, 스페인 축구협회가 공식 사과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반인종주의 연합 등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인종주의 논란을 불러 일으킨 감독, 선수, 관중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공격수 티에르 앙리와 축구의 전설 펠레 등 슈퍼 스타들을 인종주의 철폐 특별 대사로 임명해 여론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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