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해인사의 주지 무학스님은 15세에 출가해 전국의 큰 절을 다니며 수행하다 1995년 산비탈을 혼자 힘으로 개간해 비닐하우스 불당을 짓고 어린 동자승을 키우기 시작했다.
읍내에서 주유소를 하는 조복례씨에 따르면 스님은 1주일에 한두 번 동자승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와 목욕도 시키고 병원에도 데려간다. 47명이나 되는 동자승들의 예방접종 날짜를 일일이 챙긴다고 한다.
무학스님 다음의 서열은 동자승 중 가장 먼저 이 절에 들어오고 유일하게 사미계를 받은 성철스님이다. 그는 부모와 할머니가 모두 있지만 세속에서 죽을 고비를 세 번이나 넘긴 후 스님이 될 운명이라는 말을 듣고 출가했다고 한다. 무학스님이 처음 이 절을 지을 무렵 해인사 성철 큰스님을 꿈에서 연 이틀을 보았는데 다음날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린 아이가 절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 아이를 처음 본 순간 성철 스님이 환생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성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절이름도 해인사로 했다.
동자승들이 다니는 서삼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02명인 작은 학교이다. 나남균 교장은 동자승들이 정서적으로 무척 안정되고 예의와 생활태도가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인근 산림욕장으로 전교생이 소풍을 갔는데 학교를 안 다니는 어린 동자승들도 모두 데리고 갔다고 한다.
무학스님의 소망은 낮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밤에는 가건물에서 잠자는 동자승들에게 아담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진·글=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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