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렬 외곽단체의 무차별적 언어폭력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의 인터넷 팬 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골칫거리다.
반(反) 박근혜 파로 알려진 의원들을 극단적으로 매도해 불필요한 분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박사모는 최근 원희룡 최고위원이 4·30 재보선 개표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당을 요구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홍준표 혁신위원장과 고진화 의원 등에 대해 "스스로 목을 쳐라", "한나라당의 에이즈" 라며 원색 공격했다. 12일엔 박사모 게시판에 뜬 ‘반박(反朴)파 살생부’에 발끈한 남경필 의원 등이 박사모 운영진 해체를 요구했고,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최근 "자신들만 절대선이란 독단에서 벗어나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박사모가 건전한 비판도 가로막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박사모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조직이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제어하기도 어렵다.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박사모 측에 수시로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나 한계가 있고, 박 대표가 공식적으로 나설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사모는 14, 15일 충주에서 워크숍을 갖고 연내 10만 회원 확보와 책임당원 참여문제를 논의하는 등 정치 세력화 작업을 본격화한다.
열린우리당에서 과거 노사모에 함께 뿌리를 두었던 그룹들 사이의 비난전이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다. 국참연대와 유시민 의원 지지그룹의 싸움이 대표적이다. 소위 ‘유빠’로 불리우는 유 의원 지지그룹은 국참연대를 향해 "개혁을 한다면서 실용파에 기대고 있다"며 ‘궁물 연대’라고 비꼰다. 또 구 민주당 출신을 ‘난닝구’라고 몰아붙이고, 전당대회에서 유 위원과 대립 각을 세웠던 386 그룹에 대해선 ‘닝기리’라는 정체불명의 속어를 갖다 붙인다.
국참연대도 뒤지지 않는다. 유 위원 지지그룹을 ‘광신도 집단’으로 부르고, 최근엔 16대 국회에서 유 위원이 등원 첫날 입었던 흰 면바지를 빗대 ‘빽바지’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전대를 전후해 지금까지 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런 언어폭력으로 도배가 돼 있다.
한 386 의원은 "누구나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이를 특정인에 대한 호·불호로만 보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며 "동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화가 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이들의 비난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당의 공식 조직이 아닌데다 당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어서 제재가 쉽지 않다"고 답답해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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