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우즈베키스탄 순방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13일 김우식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국·내외 소식들이 하나같이 어두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등등….
특히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은 노 대통령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들과 연쇄 회동을 갖는 등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북한은 노 대통령의 노력에 화답하기는커녕 폐연료봉 인출 발표로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었다.
러시아 유전개발 수사의 속보들도 청와대에 대한 의혹과 궁금증을 더 키우는 것들이었다. 지난해 8월말 철도공사의 사업개발본부장인 왕영용씨가 청와대 김경식 행정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김세호 건교부 차관이 철도청장으로 있을 때 왕 본부장등에게 청와대와 이희범 산자부장관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일도 드러났다. 청와대의 연루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다. 야권은 "김 행정관 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유전사업 문제점을 보고받은 박남춘 당시 국정상황실장이 상부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측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리서치 앤 리서치’ 의 여론조사 결과 지난달 중순 47.9%에 이르렀던 대통령 지지율은 이 달 초 39.1%로 떨어졌다. 재정 조기 투입 전략에도 불구하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하는 등 경제회복도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악재가 잇달아 터지자 여권 내에서 "사면초가에 빠지고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형국"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재점검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국정 기조의 변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노 대통령이 고민을 강요하는 5월을 어찌 돌파할지…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예민하기만 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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