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2인3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미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로 지난 2월 이후 호흡을 맞춰온 두 차관보는 최근 워싱턴과 서울, 아시아 각지에서 만나 북핵 문제의 해법 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13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워싱턴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는 두 차관보가 함께 내렸다. 10일부터 미국을 방문했던 송 차관보에게는 귀국이었고, 힐 차관보는 2주만의 방한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11, 12일 워싱턴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깊이 논의, ‘외교적 조치 강화’에 합의했다. 그런데도 14시간의 워싱턴-인천 비행 동안 통로를 사이에 두고 비즈니스석 같은 열에 나란히 앉아 워싱턴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후문이다.
두 차관보는 16일 서울에서 다시 회동한 뒤 18일부터는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외교장관 회의’ 고위관료회의에 참석, 중국 러시아 일본측 관계자들과 연쇄 접촉을 갖는다.
정부 당국자는 "두 차관보가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한미 외교공조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송-힐 라인’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폴란드 주재 미국대사로 2년째 근무 중이던 힐 차관보와 그 해 폴란드대사로 새로 부임한 송 차관보는 이후 2년여 동안 현지에서 교분을 나눴다. 이후 두 사람은 가족사를 상의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또 공교롭게도 송 차관보가 올해 초 외교부 기획관리실장에서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차관보로 옮기자 지난해 8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던 힐 차관보도 2월부터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에 내정됐다. 지난 2월10일 북한 외무성의 6자회담 불참 및 핵보유 선언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두 차관보는 1주일 뒤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공동 보조를 취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두 외교관에 대해 "인내심과 현실적 인식을 바탕으로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송-힐 라인’의 협력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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