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실시되는 대학 입시에 내신이 강화되어 고1 학생들과 부모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13명의 고등학생이 자살했다. 급기야는 소수이기는 하나 내신 반영 비율 축소화를 주장하는 고등학생들의 촛불 시위가 일어났고, 정부와 교사들의 원천봉쇄로 시위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내재되어 있는 불만 요소를 제거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심각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변천을 살펴보자. 1960년대까지 중학교 입시가 있었다. 좋은 중학교는 서울대에 합격생을 많이 내는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중간 과정이었다. 당시 서울대의 선호도와 사회진출도는 고대, 연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판사와 검사가 되는 사법고시, 고위 공무원이 되는 행정고시에서 서울대가 90% 이상의 합격생을 배출하였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회사가 서울공대 및 상대 출신으로 대부분 채워지게 되었다. 대부분 안정된 직장 없이 가난에 찌들린 부모들은 그저 자녀들이 일류대를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에서 평생 살아가기를 열망하였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곧 고등학교 평준화도 이루어졌다. IQ 130이상의 수재와 100 이하의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받아 학력 하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고,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가 생겨 중학교 성적 상위 1%의 학생들로 채워지고 이들이 세칭 일류대에 가장 합격생을 많이 내는 신흥 일류고가 되어 버렸다. 학교 교육에서 다양한 난이도의 대학별 본고사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게 되었다. 서울대반, 연고대반등 학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자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되고 수능 시험이 도입되었다. 수능 점수에 의해 전 대학의 서열화가 이루어지고 수능시험 고득점을 위한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게 되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 성적과 대학별 수시 입학제도가 도입되어 입시 제도는 아주 복잡해졌으며 수험생이나 부모입장에서 보면 더 준비해야 될 것이 많아지게 되었다.
여기에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자 고1부터 보는 학교 시험이 수능 시험과 같은 심리적 압박감을 주게 되고 모든 과목에 대한 사교육을 시키게 되어서 스트레스와 부담은 한계를 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실정을 무시하고 선진국의 제도를 섣불리 도입하여 생긴 문제점을 땜질하듯 한 입시제도 변경이 오늘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 배출은 외치면서도 교육과 입시제도는 하향 평준화된 인재를 양산하고 있으며 전보다 더 극심한 사교육과 입시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있다.
내신 성적과 추천서를 중시하는 미국은 우리와 너무 상황이 다르다. 모든 대학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고 학연과 지연이 없으며 선생과 학생, 부모간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다. 미국의 SAT 시험은 어느 기준 이상이면 입학 허가를 해주는 지표로 삼는 것이지 이 점수에 의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대학에 갈 학생과 기술전문학교로 갈 학생을 담임선생이 결정하고 이에 따라 상급학교 진학을 달리 하는데 대부분의 부모가 이를 수용한다고 한다. 일본은 지난 50년간 입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가 존재하고 대학별 본고사가 있다. 그래도 일본은 지금 더 많은 노벨상을 배출하고, 과학기술도 세계 2위에 있으며 예술, 문화, 경제 분야에서도 탁월한 인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내신 반영 비율 상향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으며 하향 평준화의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 국내 대학 수준의 평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며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학 입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성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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