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의 병·의원 설립 허용을 검토하는 것은 의료경쟁이 치열한 국제환경 속에서 국내 병·의원의 수준을 시급히 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방책이다.
현재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병·의원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것이 유일한 자금 조달 방법이었다. 그래서 병·의원의 시설 확충과 새 의료기기 도입 등에 한계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영리법인이 등장할 경우 병·의원들은 병원 수익을 자율적으로 투자하고 외부 자금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등 선진 의료국가의 경우 영리법인이 병·의원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의 민간 자본이 병원에 들어와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진료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경쟁력이 없는 병·의원은 도태되는 등 의료계의 재편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고소득층 환자들이 외국의 유명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줄게 돼 외화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프리랜서 의사제’가 도입되면 의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명의(名醫)’의 입지는 커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 의사가 재직 중인 병·의원 외에 다른 곳에서 진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유명세를 타는 의사들의 경우 틈틈이 전국 각지 병·의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게 되는 등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실력 없는 의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경쟁을 유발할 이 같은 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저소득층의 의료소외현상은 오히려 심각해 질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또 병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고소득층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큰 돈이 드는 건강검진센터 등을 앞 다퉈 설립, 사회적 낭비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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