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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그맨들 무대 뒤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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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그맨들 무대 뒤에서 운다

입력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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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 14명이 11일 자기가 소속된 전문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비인간적인 처사와 전 근대적 매니지먼트에 시달리면서도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노예문서 같은 이면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10~15년에 이르고 계약금은 없다시피 하며, 이면계약을 거부한 한 개그맨은 방송출연과 공연장 출입도 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개그맨 선배가 운영하는 해당 매니지먼트사도 자기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신인을 키우느라 많은 투자를 해 왔는데, 개그맨들이 인기도 얻고 돈도 버니까 집단행동으로 회사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을 통감하는 만큼 소속 연기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고 밝혔다. 자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계약과 관행의 불공정한 부분을 인정한 셈이다.

무대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우는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이 폭로된 것인데, 이는 개그맨 사회의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인력공급 혹은 스타 키우기 관행에서 비롯된다. 개그맨 지망생은 엄청나게 많으나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문 매니지먼트사를 거쳐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는 개그맨으로 성공할 수 없다. 또한 신인은 온갖 불리를 감수하지만 홀로 서기에 성공하게 되면, 회사의 불공정에 저항하는 구조가 되어 있다.

대중 가수나 개그맨 사회에서 ‘노예 계약’문제가 터져나온 지 오래다. 지금도 계약기간이 10~15년이라는 사실은 불공정의 실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같은 날 개그맨 김진철씨가 후배 개그맨을 각목으로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아직 연예계가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공신력 있는 연예인 단체들이 나서 합리적인 표준계약서 등을 마련하고 연예계의 악습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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