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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조울병 - 진단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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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건강 - 조울병 - 진단과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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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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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평소 주위로부터 ‘변덕이 심한 사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때론 의욕과 에너지가 넘쳐 새롭고 신나는 아이디어와 계획을 쏟아내며, 능력 이상 일을 벌이는가 하면, 때론 극심한 우울증세를 보이며 모든 일에 부정적,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기분이 들떠 그가 말을 쏟아낼 때면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멈출 수 없으며, 아무 상황에서나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B씨는 주변 동료로부터 낭비벽이 심하고, 헤픈 여자로 통한다. 평소 멀쩡하다가 그는 봄만 되면 값비싼 물건을 마구 사들이고, 쾌락 욕구를 억제하지 못해 문란한 남녀관계를 맺기도 한다. 절제력 상실로 전화를 지나치게 사용해 수십만원씩 전화비를 지불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잠도 안자고 식사도 잘 하지 않는다. 이렇게 신나게 한 두달 보내다 갑자기 방안에 ‘콕’ 박혀 지내기도 한다.

‘조울병’(양극성 장애)이란 기분이 극도로 들뜨고 신나는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병이다. 우울증은 몰라도 조증까지도 치료해야 할 증상일까.

대한우울·조울병학회 기백석 이사장은 "조울병 환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2%가 갖고 있으며 환자의 10~15%는 자살에 이를 정도로 무섭고 심각한 병"아라면서 "치료 받지 않은 조울병은 대인관계의 문제,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개인적 고통 및 가정의 붕괴, 재정적 위기, 폭력 등 많은 문제를 동반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최근 우리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자살자 중에도 조울병 환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조울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 제대로 진단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학회가 최근 일반인 953명을 대상으로 조울병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30%이상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질환이라고 응답했을 정도다. 대한 우울·조울병학회는 올해 처음 ‘조울병 선별의 날’(15~20일)을 정하고 전국 19개 병원과 정신보건센터에서 조울병 무료 진단 및 상담을 벌일 계획이다.

◆ 우울증과 어떻게 다른가

조울병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우울증’과 거의 흡사한 증상을 보여 환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도 단순한 우울증으로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의사조차 조울병을 우울증으로 오진하기 쉬우며, 설사 조울병으로 진단 내리더라도 환자가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그냥 우울증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높다.

기백석 학회 이사장(중앙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은 "항우울제를 처방 받아 열심히 복용해도 우울증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우울증 재발이 잦은 경우, 10대에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 경우, 우울증이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등은 어쩌면 우울증이 아니고, 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경우라면 정신과 전문의의 꼼꼼한 진단을 받아보라" 고 권했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조울병은 세계적으로 인구 100명당 3~5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선 실제보다 상당히 적게 진단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청소년 자살의 경우 평소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다 갑자기 죽음을 택했다는 점에서 우울증이라기보다는 조울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조울병 왜 발생하나

하교수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의 기분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라면서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이상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울병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여기고 감정 조절을 잘하라는 식으로 조언을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문제가 생긴 뇌기능을 회복시키려면 약물 치료가 우선적"이라고 강조했다.

◆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

조울병은 의사와의 면담, 신체질환 및 심리 검사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쿠싱증후군 뇌졸중 뇌암 경련성 질환 등 질환에 의한 조울병일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혈액 간기능 신장 당뇨 우울증척도 검사등 다양한 검사가 실시된다.

조울병은 재발이 잦고, 한번 재발할 때마다 더 자주, 더 심하게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도 점점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조울병 환자의 90%이상에서 재발하고, 일생동안 평균 10번 정도 심한 시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발병시 빨리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가정이나 직장 혹은 대인관계에서 후회스런 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홍교수는 "대개 한번 발병시 6~9개월 지속하기 때문에 최소한 이 기간은 약물을 계속 복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 조울병 약물치료/ 항우울제 복용하면 조증 유발될 수도

약물치료에 대해 하규섭(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조울병 치료제는 우울증 치료제와 다른가

조울병 치료제는 대부분 조증 뿐만 아니라 우울증, 그리고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어 기분조절제라고 부른다. 기분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 치료제 (항우울제)는 가라앉은 기분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조울병 환자가 우울증 치료제를 먹으면 어떻게 되나

일반인이 우울증 치료제(항우울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정상적인 기분을 회복한다. 조울병 환자가 우울하다고 해서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되면 조증이 유발되거나, 기분변동이 더 심해질 수 있고, 더 자주 재발할 수 있다.

●약물 종류는

전통적인 기분조절제로서 ‘리튬’이 있는데 조증과 우울증의 치료 및 예방 효과가 아주 좋다. 1980년대부터는 ‘발프로에이트’와 ‘카바마제핀’ 등 항경련제가 조울병의 치료제로도 인정을 받아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1년에 수차례 이상 자주 재발하는 경우에는 리튬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조울병의 우울증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라모트리진’이라는 약이 도입됐다. 또 ‘리스페리돈’과 ‘올란자핀’ 등 항정신병약물 중 최근 개발된 약물들은 조울병에서도 약효가 우수하다.

●약물 부작용은 없나

리튬은 과량 복용하면 위험하다. 장기간 복용하면 신장과 갑상선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발프로에이트 같은 항정신병 약물은 체중을 증가시킬 수 있다.

●2004년 FDA는 항우울제가 청소년들의 자살 가능성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으므로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발표를 했다. 10대 조울병치료의 약 처방에 따른 문제점은

10대에서 생기는 우울증은 반드시 우울증인지 조울병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인지 확인해야 한다. 조울병의 가능성이 있으면 항우울제를 복용해서는 안된다.

●약물 치료 외에 정신(심리)치료는 어떤 식으로 병행할 수 있나

생활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해 주는 게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자는 수면 습관,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필요하다. 자신의 상태를 잘 모니터링, 우울해지면 기분을 ‘up’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너무 들뜨면 자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신치료만으로 조울병을 조절할 수는 없다.

●조울병이기는 하나, 이로인한 편집광적인 성격이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 복용후 천재적 아이디어가 사라지지 않을까.

치료는 ‘병적인 부분’을 치료하는 것이지, 창조성이나 천재성까지 없어지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치료로 부적절한 부분이 조절이 되면 창조성이나 천재성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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