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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이 오르는 위험한‘핵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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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이 오르는 위험한‘핵 사다리’

입력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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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그제 영변의 5MW 시험 원자로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영변 원자로 폐연료봉 인출은 지난 3월 말 북한이 이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했을 때 이미 예상된 수순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형성된 국면전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북한이 추가적 시위로 상황을 거칠게 몰아가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북측의 말대로 핵무기고를 늘릴 목적이라면 조용히 폐연료봉 재처리 절차를 밟아가면 된다. 그런데 일부러 "폐연료봉 꺼내는 작업 끝냈다"고 외치는 것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지금껏 구사해 온 벼랑 끝 전술의 연장선인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폐연료봉 재처리 단계마다 이를 공개하면서 시위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전술이 먹혀들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이번 폐연료봉 인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게 없다"고 일축하며 무시전략의 기조를 이어갔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성향상 북한의 위협전술에 호락호락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정부는 북한의 위협전술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오히려 유엔 안보리 회부나 대북 봉쇄, 또는 군사적 선택 등 강압적 조치를 취하고 나설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세를 바꿔야 한다. 현재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북 적대정책 철회, 공존 약속 등 형식적인 명분에 불과하다. 어차피 체제보장 등 구체적인 사항은 6자회담 테이블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북한은 추가적 핵 시위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전략적 결단을 내려서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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