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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선필승론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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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선필승론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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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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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한 열린우리당이 패인을 놓고 시끄럽다. DJ정권이래 재보선마다 여당이 지긴 했지만 이번처럼 후보를 낸 모든 선거구에서 완패한 것은 처음이어서 여당으로선 충격이 만만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내에 오가는 패인 분석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개혁파에서는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는 반면 실용파에선 여당이 민생 챙기기를 소홀히 한 채 소모적 정쟁에만 매달려 민심이 이반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접해보면 의원들의 속내는 이같은 공식 코멘트와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충청지역에서의 공천 실수와 호남표의 갈림, 기간당원제에 바탕한 경선 등을 꼽거나 상당수 의원들은 낮은 투표율 등 선거공학 차원의 불운을 패인으로 둘러댄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재보선에서 늘 졌는데도 두 번의 대선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들어 결국은 다음 대선에서도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대선필승론’을 거론하며 자위하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고 능히 다시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 이같은 전망은 여러 가지 점에서 오류 투성이다. 먼저 지적할 대목은 과거 2차례 대선의 경우 여당 인기가 높아서라기보다 절묘한 행운에 의해 DJ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15대 대선에선 ‘DJP연합’과 이인제 후보의 출마 등이 결정적이었다. 또한 16대 대선은 반(反)이회창 세력의 거국적 연대 덕에 노 후보가 이길 수 있었다. 그밖에도 여러 승인이 있지만 여러 변수가 희한하게 두 후보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 그야말로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천운에 따른 승리였다. 그러나 시운이 함께 했는데도 15대의 경우 39만표, 16대는 57만표라는 박빙의 승부였다. 비록 낙선했지만 이회창 후보가 매번 1,000만표 내외를 득표했음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보수층이 강고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제반 상황을 보건대 이같은 기적(?)이 다음 대선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14대 대선 이후 우리 선거는 지역, 이념, 세대 등 3대 변수가 좌우해왔다는 게 정치학계의 통설이다. 지역 변수를 보자면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났듯이 이미 여당은 텃밭이 사라졌다. 여당의 아성인 호남의 경우 17대 총선 이후 치러진 전남지역 재보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이겼다. 이미 호남, 특히 전남은 여당의 집토끼(안방)가 아닌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갑에서도 패한 점으로 미루어 영남도 여전히 한나라당의 집토끼임이 분명하다. 행정도시로 재미를 봤던 충청지역도 이미 중부권 신당바람에 휩쓸려 있다. 이념적 변수의 경우 개혁은 더이상 민심을 견인할 만한 새로운 상품이 아니다. 여당이 제대로 추진하지도 못하면서 말로만 개혁을 부르짖는 바람에 국민들은 개혁바람에 식상해있다. 또한 성남중원 선거에서 보여지듯 민주노동당의 약진도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마지막으로 세대적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친여적이었던 30대를 제외하곤 모든 세대에서 야당 지지가 앞선다.

이제 열린우리당은 지역적으로는 무연고 지역에, 이념적으로는 개혁과 실용 사이에, 세대적으로는 젊은 층과 노년층 사이에 버려진 고아신세나 다름없다. 세상이 이처럼 돌아가는데도 열린우리당이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은 채 다음 대선 승리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윤승용 정치부장aufheb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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