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고도의 정확성과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양궁에 도전한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12일 오후 제25회 장애인 체육대회 양궁경기가 열린 충북 청주시 용정동 김수녕양궁장. 300여명의 관람객과 자원봉사자, 경기 관계자들은 땀투성이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두 궁사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2시간여 휠체어에 꼼짝 않고 앉아 수십발의 화살을 날린 이들은 한국 유일의 경추마비 양궁 선수인 신창근(40), 안성표(39)씨. 경추마비란 목 아래 몸 전체를 못쓰는 중증 장애로 손가락 끝만 움직여 가까스로 식사를 해결할 정도. 이들은 손목 부위에 보조 장비를 착용하고 도르래가 달린 활을 이용해 시위를 당긴다.
경추마비 양궁선수는 아시아에선 이들 외에 일본에 단 1명이 있고, 세계적으로 15명밖에 없을 정도로 도전하기 어렵다.
이들이 출전한 아처리 휠체어 1등급 부문(W1)은 장애인 양궁이 국내에 소개된 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신씨는 1991년 , 안씨는 95년 각각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됐다. 사지를 쓸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한때 모든 것을 포기했던 이들은 지난해 말 충북 장애인양궁협회를 맡고 있는 신현종(48·청원군청 양궁 감독)씨를 만나면서 활과 인연을 맺었다.
신 감독의 지도로 지난 3월부터 본격적 연습에 들어간 이들은 처음에 과녁판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만 이제는 5발 가운데 한 발 정도는 10점 과녁에 꽂을 정도. 이번 대회에서 70, 60, 50, 30c 네 종목에 걸쳐 각 36발(1,440점 만점)을 쏘아 1,100점을 넘기면 올가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에 출전권을 딸 수 있다. 이들은 "세계선수권을 넘어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양궁기술위원 박용석(49)씨는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이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양궁의 전 거리, 전 게임을 소화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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