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 칼리지 졸업반인 대니엘 만양은 지난 2월 과테말라에서 만난 꼬마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시리다.
과테말라 빈민촌의 초등학교에서 그는 유난히 눈빛이 초롱초롱한 6살짜리 사내아이와 뛰어놀 기회가 있었다. 해맑은 미소가 귀여운 꼬마를 안아주려고 양손으로 허리를 감쌌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한 뼘 남짓한 가녀린 허리 위로 나뭇가지처럼 딱딱한 갈비뼈가 툭툭 만져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안아 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그만 내려놓고 말았어요. 매일 밤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잠을 설치는 아이들이 무슨 힘으로 저리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것인지…. 그 맑은 눈빛과 미소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지요."
방글라데시에 이어 어린이 만성 영양실조 비율이 두 번째로 높다는 과테말라. 전체 유아의 50~55%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이 나라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만양과 학우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만양을 포함해 3학년 생인 조쉬 슐타군, 4학년 생 휘트니 엘리엇양과 브래드 바넷 등 ‘조지타운 4총사’는 과테말라에서 어린이들의 기아실태를 영상에 담아 학교에서 모금 캠페인(http://projectcompassion.georgetowncollege.edu)을 벌이고 있다.‘연민 프로젝트(Project Compassion)’라고 이름한 자선활동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조사를 통해 과테말라 빈민촌 학교 4곳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네 학교 학생수는 1,400여명. 조지타운 칼리지 학생수와 비슷하다. 조지타운 4총사는 "하루 19센트(약 190원), 1년에 34달러(약 3만4,000원)면 과테말라 학생 1명을 먹일 수 있다"며 학우들을 설득하고 있다. 학생 1명이 과테말라 어린이 1명과 자매결연을 맺어 배고픔을 덜어주자는 계획이다.
4총사는 일단 13일까지 5만 달러 모금을 목표로 세웠다. 이날은 팀의 일원인 슐타가 졸업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슐타는 후배들의 동참을 호소했다."우리 대학생들은 입만 열면 돈 없다고 푸념하잖아요? 그러면서 부모가 용돈을 부쳐주기만 학수고대하지요. 그런데 과테말라에서 돈이 없다는 것은 수일동안 빵 한 조각도 먹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팀을 이끌고 있는 만양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테말라 학교에 먹을 것을 지원하면 가난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냅니다"라며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으면 문맹률이 떨어지고 결국 빈곤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4총사의 활동이 전해지면서 동참의 손길도 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오번 대학도 캠페인에 동참키로 했고 조지 맥거번 전 상원의원도 뛰고 있다. 맥거번 전 의원은 "굶주린 어린이를 돕는 일은 정부나 유엔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지타운 학생들처럼 헌신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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