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기업에는 징후가 있다.’ 초우량 기업이던 소니, GM 등이 위기에 직면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LG경제연구원은 12일 ‘기업 쇠퇴의 6가지 징후’ 보고서에서 망해가는 기업들에게 공통된 사전 징후들을 소개했다. 서서히 뜨거워 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기업도 반항 한번 못하고 위기가 코 앞에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1. 보신주의가 팽배
‘남들 하는 만큼만 하자’ ‘괜히 튀어 찍히지 말자’는 적당주의가 나타난다. 책임지려는 사람은 줄고, 문제를 개선하려는 사람에게 괜히 일만 만든다며 핀잔을 주는 양상이 심화한다. 미국 엔론사는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기 전에 사내 많은 회계 담당자들이 문제를 알았지만 누구 한 사람도 이를 경고하지 않았다.
2. 진실한 정보 상부보고 차단
타이어 업체인 미국 파이어스톤사는 1996년 타이어 외피가 벗겨져 사고가 발생했지만 타이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됐다. 2년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막 날씨에 맞춰진 타이어로 일반 도로를 달리다 보니 외피가 벗겨졌다는 보고만 올라갔다. 결국 이 회사는 650만개의 타이어를 리콜하게 됐다. 쇠퇴하는 조직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위로 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경영진은 위기의 실체를 너무 늦게 알게 된다.
3. 실속없는 전시행정 다반사
작동도 않는 시스템이 늘어간다. 미국의 K-마트가 월마트를 모방해 도입했던 ‘매출관리집계(POS) 시스템’이나, 엑손 모빌사의 ‘오일 누출에 대비한 환경보존 활동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사용도 하지 않으면서 쓸 데 없이 돈만 낭비한 사례들이다.
4. 인재들이 회사를 떠난다
잘 나가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이직률이다. 회사가 망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남아 있는 자신이 오히려 초라해진다. 우수 인재가 떠난 뒤 그 다음에 떠나는 인재는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망해가는 회사를 위해 무언가 해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도 해봤지만, 그 노력을 인정 받기는 커녕 핀잔만 받았던 사람들이다.
5. 부서간 높은 장벽
각 부서의 이기주의가 팽배한다. 다른 부서의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소니가 위기를 맞은 것은 기술이나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복잡한 사업구조와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때문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회사 조직을 지나치게 분권화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식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6. 현재의 성공에 안주
코닥사는 75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였지만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에 만족하면서 방심하다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쳤다. 한 때의 성공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 온다. 경영진들이 과거의 영화만 되뇌고 있는 동안 위기는 화학무기처럼 회사를 질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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