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前 태아는 사람으로 못봐"/ 과실치사 혐의 조산사 무죄

임신부가 분만을 위해 주기적으로 진통을 느낄 때부터 비로소 태아를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허근녕 부장판사)는 12일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로 기소된 조산사(助産師) 서모(56)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산모가 주기적으로 진통을 느끼거나 양수가 터질 때부터 태아를 사람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은 인정되지만, 산모가 진통을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태아가 숨진 만큼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태아는 모체(母體)와 별개인 만큼 태아가 사망한 것을 산모에 대한 상해로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사상으로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때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며, 민사상으로는 태아가 뱃속에서 나온 때를 사람으로 본다. 조산원을 운영하던 서씨는 2001년 4월 임신부 이모(당시 37세)씨로부터 자연분만을 의뢰받은 뒤 이씨가 출산예정일을 2주나 넘기면서 당뇨증상까지 보이는데도 산부인과로 옮기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태아를 뱃속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