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실업고와 전문대를 살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혁신위는 이를 위해 중등·고등직업교육 분야로 나눠 처방을 내놓았다. 중등은 실업고를 특성화고와 일반 실업고로 나눠 차별 육성하고, 고등의 경우 전문대 졸업생 창업 및 취업을 지원하거나 근로자 재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안에는 직업교육 회생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꼽히는 실업고생 무상교육이 빠져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 활성화의 출발은 실업고 진학 유도이며, 신입생 및 재학생 전액 장학금 지급 등 무상교육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혁신위는 우선 산업수요와 직결되는 이른바 ‘명문 특성화고’를 대폭 늘린다. 도시원예 도예 등의 분야에서 지자체와 산업체·직능단체, 각 정부부처가 책임을 지고 육성하는 명문 특성화고를 2010년까지 200개로 확대해 졸업과 함께 산업계 투입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학교는 자율학교 체제로 개편해 교장 및 교원 임용, 교육과정, 학생 선발 등 학교 운영에 있어 상당한 특례가 부여된다. 기존 일반 실업고는 기초적인 직업능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이 맞춰지며, 학교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기술 및 기능 습득은 직업훈련기관에 위탁해 학교수업으로 인정한다.
실업고나 전문대를 졸업한 뒤 3~5년간 산업체에 근무하면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 쉽게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실업고생 동일계 특별전형을 권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혁신위 관계자는 "서울대 등 국립대에 실업고생 입학정원외 3% 선발을 적극 권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은 교육혁신위원장은 이날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이 시행되면 소질과 적성에 따른 다양한 진로가 열리고 특정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이 모든 국민을 위한 직업·진로교육으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대책의 내용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실업고 대학 진학률이 60%를 훨씬 넘는 상황에서 대학진학 혜택을 늘린다거나 특성화고나 통합고 등을 자율학교로 지정하는 것 등은 직업교육 활성화가 아닌 대입준비기관 양성이라는 비난을 살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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