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건물 층고제한 완화를 ‘고리’로 한 재개발사업 전체로 확대됨에 따라 도심 재개발사업의 절차와 진행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한복판 노른자위 땅인 청계천 주변 7개 재개발지구 중 36곳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린 로비가 그 고리를 뚫고 이뤄지리라는 추측 때문이다.
도심재개발의 기본틀은 ‘도시환경정비 기본계획’이다. 교통, 환경 등 도시개발의 큰 틀을 짜는 최상위계획으로 보통 5년마다 만들어진다. 용적률과 건물층고(높이)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여기 포함된다. 서울 도심부 건물 층고의 경우 1996년 기본계획 당시 160c였으나 2001년 기본계획에서 90c로 강화됐고, 올 2월 발표된 기본계획에서는 110c로 다시 완화됐다.
실제 재개발 계획은 서울시의 도시환경정비 기본계획을 가이드라인으로 각 구청이 입안하는 ‘정비기본계획’에서 구체화된다. 재개발구역내 건물층고, 층수, 용적률, 기부채납할 공공용지면적 등이 이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된다. 정비기본계획은 구청장이 입안하도록 돼있지만 사실상 재개발조합이나 시행사들이 마련한다. 따라서 서울시에 정비기본계획을 상정하는 구청 및 이를 심의하는 시 공무원, 최종 결정을 내리는 도시계획위원회 관계자들이 개발업자의 로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구속된 양윤재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을지로2가에 38층의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로RED사의 경우 올 2월 도시환경정비계획 개정 당시 층고 제한을 푸는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비기본계획 입안과정에서 서울시와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보류 판정을 받게되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초점인 청계천주변의 재개발구역은 세운상가, 장교, 을지로2가, 다동, 무교, 청계7가, 서린구역 등 7곳으로 1970년대 이미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은 2003년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에 따라 ‘알짜배기 땅’으로 변했다. 현재 청계천 일대 미개발구역의 면적은 2만2,000여평 가량으로 땅값만 8,800억원대로 추산된다. 4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층고가 85c에서 109.5c로, 층수가 21층에서 32층으로 크게 완화된 세운상가구역의 경우 10곳 이상의 개발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에 참가하고 있을 정도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서울시 해명/ "양 부시장, H사서 돈받았다 돌려줘"
청계천 사업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유재만 부장검사)는 12일 서울시로부터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등 청계천 주변 건물고도제한 완화과정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불법사실이 있는지 집중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부동산 개발업체 H사 등 전날 압수수색한 2개 업체 관계자들도 소환,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의 추가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서울시는 이날 "양 시장이 H사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돌려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양 부시장의 집무실에서 발견된 1억원 통장은 아파트 전세금 인상분을 넣어둔 것으로 공직자 재산 신고도 돼있다"고 해명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을 면담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미래로RED 대표 길모(35)씨에게서 14억원을 받은 김일주(구속) 전 한나라당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이 실제 이 시장과 길씨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길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김씨의 소개로 이 시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길씨의 친척인 KBS기자의 주선으로 길씨의 아버지를 딱 한차례 면담한 사실만 있다고 해명해왔다. 한편 서울시 주택국장 등 서울시 실무진이 철거지역 세입자들의 시청 앞 시위문제로 지난 달 2차례에 걸쳐 길씨 부자를 각각 만나 신속한 해결을 요구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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