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파란 빛깔을 우리는 ‘하늘색’이라고 부른다. 물론 스모그와 황사 등으로 도시에서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하늘의 ‘공식 색상’이 조만간 잿빛으로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될 것 같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는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10년간 지구 표면 일사량의 변화’라는 논문을 통해 1990년대 이후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미국 호주 등 공동 연구팀은 러시아 지구물리관측소, 스위스 기준표면 방사광 네트워크 등 다양한 기관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1950년부터 80년대 말까지는 ‘지구의 흐려짐(global dimming)’이라는 현상 탓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이 약 2~4% 줄어들어 세계는 점점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공기 중 미세입자가 늘어나 지구 면적 중 구름으로 덮이는 곳이 많아지면서 태양 빛이 지표면까지 도달하기가 힘겨워진 까닭이다.
1990년을 기점으로 이 같은 추세는 반전돼 2000년 초까지 지구는 약 4% 밝아졌다. 유럽 전체를 32개의 지역으로 나눠 1950년대부터 50년간의 태양에너지를 측정한 결과, 1950~90년 24개 지역이 어두워진 반면 85~2000년에는 불과 6개 지역에서만 태양 빛이 줄어들었다.
지구로 들어온 태양에너지가 다시 반사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태양 반사율’도 2000년대 들어 줄어들었다.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온 빛의 일부는 지면에서 흡수된다. 나머지는 여러 방향으로 반사돼 나가는데, 이 빛을 들어온 태양 빛의 총량으로 나눈 수치를 태양 반사율, 혹은 ‘알베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빛은 지면과 같은 고체에서는 흡수되지만 대기 중에서는 흩어진다. 때문에 대기를 갖는 행성의 알베도가 대기가 없는 천체보다 훨씬 크다. 알베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대기 중 불순물이 그만큼 적어졌음을 뜻한다. 태양의 알베도는 0, 달은 약 0.07, 수성은 약 0.06인데 반해 이산화탄소 덩어리로 알려진 금성은 무려 0.85이다. 지구의 평균 알베도는 0.30 정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 연구소의 브루스 윌리키 박사가 위성을 이용해 측정한 결과, 2000~2004년 지구의 알베도는 평균 0.006 줄어들었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대규모 폭발 이후 대기 중 미립자가 급격히 늘면서 2년 동안 태양 반사율이 세계적으로 0.007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도 매우 큰 폭의 감소세다. 윌리키 박사는 "지난 4년간 대규모 화산 폭발과 맞먹는 큰 자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치는 놀라운 것"이라면서 "대기 상의 불순물 감소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구가 밝아지는 것은 좋은 조짐이다. 그러나 태양 빛이 지구에 더 많이 도달하면서 온난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국립 북서태평양연구소 찰스 롱 박사는 "지표면에 흡수되거나 구름에서 반사되는 태양 빛이 줄어들면 그 에너지는 곧바로 지구에 영향을 미쳐 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빙하가 녹는 등 온난화와 관련된 여러 문제의 원인을 여기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구에 도달하는 일사량이 늘어난 것은 20세기 중반 전지구적인 산업화 열기가 점차 식고 있는 것과 함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새로운 공기정화 기술이 계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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