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렇게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수많은 꽃들과 봄의 향기를 맡지도 못하시고 작년 겨울 우리들 곁을 떠나셨지. 엄마가 예뻐 한 손녀 소현이는 지나가다 꽃을 보면 "엄마, 저 꽃 할머니꽃이야"라고 말해. 세 살짜리 꼬맹이도 할머니가 꽃을 유난히 좋아하신걸 알고 있나 봐. 얼마 전에는 식구들이 엄마 아빠가 누워 계신 곳에 가서 예쁜 영산홍을 잔뜩 심어주고 왔지. 그 꽃이 예쁘게 피어 엄마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어.
엄마, 우리 여덟 남매와 7명의 사위, 11명의 손자 손녀들 모두 엄마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고, 마음 아파하고 있어. 30년 전 돌아가신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가 그동안 다 채워주셨기에, 우리 형제들에게 엄마는 아버지였고 기둥이었고 힘이었지. 또한 우리들이 참되게 살아가는 이유였어. 이젠 각자 다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지만.
엄마, 엄마의 기둥은 막내아들 상호였지. 딸 7명 이후에 유복자로 태어난 상호가 엄마에겐 또 다른 삶의 희망이었던 것 우리 다 알고 있어요. 그 아이가 이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해. 그렇게 며느리 보고 싶어했던 우리 엄마 , 엄마가 없는 지금에야 며느리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틀림없이 엄마도 좋아하셨을 거야. 예쁘고 참하고 싹싹하고 지혜로워. 사돈 되실 분들도 너그러우신 듯 해 무척 다행이야. 그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잖아. 그게 누나인 내가 봐도 너무 기뻐.
요즘 상호가 아주 밝아. 사랑을 하잖아. 엄마가 안 계신 허전한 자리를 새로운 가정이 채워주게 된다는 것이 가슴 뭉클해. 그 아이 잘할 거야.
보고싶은 엄마, 이제 자식들 걱정 하지 마시고 그곳에서 아빠랑 행복하게 사세요. 못다한 정 나누시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세요. 엄마를 사랑하는 다섯째 신철이가 보냅니다. hk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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