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인형 속에 사람이 들어 앉아 있다(하우스 오브 왁스). 가발에 담겨 있는 끔찍한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 스며들고(가발) 어느날 갑자기 죽은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여고괴담4:목소리). 우연히 주운 예쁜 분홍신을 신자 갑자기 무서운 욕망에 휩싸여, 끝없이 춤을 추다 결국 발목이 잘리는 안데르센의 동화 ‘분홍신’처럼 주인공은 파멸에 이른다(분홍신). 여름을 앞두고 다양한 공포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올 해는 특히 장르에 충실한 정통 공포영화가 주를 이룬다.
◆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공포영화
우선 ‘그루지’(26일 개봉) ‘링2’(6월3일 개봉) 등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일본 공포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그루지’는 미국 B급 영화의 거장 샘 레이미 감독(‘스파이더맨’ ‘이블데드’)이 제작을 맡았고 원작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직접 리메이크했다.
특히 미국 개봉 당시 너무 잔혹하고 끔찍하다며 샘 레이미가 직접 삭제한 총 5분 분량의 장면이 한국에서는 그대로 상영된다. 관객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끼익끼익’ 하는 소리의 정체도 드러난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사라 미셀 겔러 주연. ‘링2’(6월3일 개봉)는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전편에서 위기를 넘긴 여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 하나 또 다른 위기에 부딪힌다. ‘공포는 마음에 있다’는 식의 동양적인 공포를 전한다. 전편에 이어 나오미 왓츠가 주연을 맡았다.
◆ 한국 귀신도 무섭다
리메이크 공포 영화가 한 바탕 휩쓸고 가면 7월에는 한국 공포영화가 결전을 펼친다. 공포영화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여고괴담’ 시리즈의 네 번째인 ‘여고괴담4: 목소리’(감독 최익환)는 목소리를 소재로 한다. 목소리는 이승과 저승에 사는 이들을 이어주는 끈이자 공포의 근원이다. 신발과 가발 등도 공포의 소재로 등장한다.
‘분홍신’(감독 김용균)은 우연히 주운 분홍신에 깃든 원혼이 불러오는 공포를 ‘가발’(감독 원신연)은 병으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여주인공이 가발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발의 영혼에 동화돼 간다는 설정이다. ‘분홍신’은 김혜수가 주연을 맡았다.
◆ 올해 최고의 공포영화는
이 밖에도 ‘스크림’ 등의 계보를 잇는 10대 호러물 ‘하우스 오브 왁스(20일 개봉)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6월 23일 개봉) 등 순종 할리우드산 공포물이 기다리고 있다. ‘하우스 오브 왁스’에는 힐튼가의 상속녀로 단골로 해외 토픽란을 장식하는 패리스 힐튼이 출연하며 1974년 33명의 희생자를 낸 미제 사건을 소재로 한 ‘텍사스…’는 2003년 개봉 당시 ‘킬빌’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인기작이다.
쟁쟁한 공포영화가 잇달아 극장에 걸리면서, 제각기 ‘2005년 여름 최고의 공포영화’임을 알리기 위한 경쟁도 대단하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이번 금요일이 ‘13일 금요일’임에 착안해 이날 밤 전국 5개 도시에서 시사회를 연다. ‘그루지’는 개봉일 전날 시사회에 퇴마사를 초청한다. ‘그루지’가 원한을 지닌 귀신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지만 퇴마사가 영혼을 불러들이는 ‘소혼식’의 시범을 보인다는 소식에 "좀 심하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다.
영화의 잔혹함을 강조하려는 듯 포스터 반려 횟수를 둘러싼 경쟁도 대단하다. ‘하우스 오브 왁스’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7번이나 반려됐음을,‘그루지’는 머리카락에 뒤 덮인 채 한쪽 눈만 드러난 포스터가 6차례 반려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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