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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악으로 가는 로스쿨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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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악으로 가는 로스쿨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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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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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실행계획과 목표의 상실은 아무리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개악이며, 이런 실패는 국가와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준다. 작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로스쿨안도 아니나 다를까 변호사업계의 집단이기주의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목적을 상실한 질주로 인하여 실패가 뻔한 길로 치닫고 있다.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가 법안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로스쿨안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강제하고, 이러한 로스쿨도 10여 개 정도로 제한하여 로스쿨의 설립조건을 충족시킨 대학도 선별하여 설립인가를 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법학교육개혁의 목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변호사 수입만을 생각하여 연간 배출 법조인의 수를 1,000여명에 묶는 것을 전제로 하여 로스쿨을 만들려고 하는 궁여지책끝에 나온 최악의 발상이다. 이는 개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변호사들의 집단이익에 발목이 잡혀 로스쿨의 흉내만 내고 끝내려는 위험천만한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사개추의 로스쿨안은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연간 법조인 배출수와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은 로스쿨 입학을 위한 고시학원으로 전락하게 되고, 법률가는 부자들만의 소수 특권적 신분으로 변질된다. 법학교육과 법률가 충원에서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둘째, 로스쿨의 설립요건을 충족시킨 학교에 대해서도 인가를 하지 않을 수 있게 하여, 국가가 변호사자격판매사업권을 소수 특정학교에 특혜 분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개혁의 취지에도 어긋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인가를 받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비와 과잉투자가 비리와 학교재정의 위기를 초래할 것은 너무나 뻔하다.

셋째, 로스쿨의 신입생 수를 최대 150명으로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국제경쟁력과 로스쿨의 다양성을 말살시킨다. 미국이나 일본의 로스쿨에 견주어 볼 때, 세계적인 로스쿨과 경쟁할 수 있는 로스쿨이 되려면 신입생 입학정원이 평균 300명 선은 유지돼야 하고,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과과정과 교수진이 공급·구축되어야 한다. 동경대, 중앙대, 와세다대 등 일본의 주요 로스쿨은 300명선을 유지하고 있고, 하버드대학은 500명을 넘는다. 150명이하짜리는 만들어봐야 경쟁력도 없는 ‘무늬만 로스쿨’인 무용지물로 되고 만다.

넷째, 로스쿨로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서의 법학교육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이 없어 결국 법학교육을 소수 법률가의 밥그릇에 봉사하는 기술로 전락시키고 국민에 대한 법교육을 더욱 피폐화시킨다. 법학교육은 법치국가를 위한 법교육이지 소수 특권적 법률가를 먹여살리는 기술교육이 아니다.

현재의 사태는 국가개혁이라는 정도를 걷지 않고 온갖 이기심의 개입과 방향상실로 인하여 빚어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돌진할 것이 아니라 본래 목표를 재확인하고 그에 합당한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먼저 로스쿨의 도입은 법학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체계적인 교육에 의한 법률가 양성을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국제 경쟁력이 있는 법학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로스쿨의 설립요건을 목표달성에 합치하도록 엄격하게 정해야 하고, 둘째, 요건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언제나 로스쿨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연간 법률가의 배출수를 통제하지 말아야 하고, 넷째, 로스쿨의 규모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상한은 없애고 하한을 정해야 하고, 다섯째, 로스쿨의 교육성과와 운영에 대한 사후 평가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여섯째, 로스쿨을 설치하지 않는 대학의 법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을 하려면 부디 제대로 하기 바란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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