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고교가 시교육청이 금지하고 있는 학부모회를 음성적으로 조직해 금품을 걷어 학교운영비로 사용하거나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1일 동작구 소재 K고가 1학년 학년부장 A(53)씨의 주도로 2003년부터 2년간 1학년 학부모 40~50명을 대의원으로 선임, 학부모회를 결성한 뒤 불법으로 금품을 모금한 혐의가 드러나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직책에 따라 임원은 100만~310만원, 일반 대의원은 30만원씩 총 4,240여만원을 냈으며 이 돈은 교무실 운영비와 수학여행비, 명절 떡값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학교와 교사들에게 제공됐다. 또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회 임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50만~200만원가량의 촌지와 향응을 상납받았다.
경찰은 교사들이 금품수수의 대가로 해당 학생의 대입 수시전형과 관련된 대외표창 수여, 내신성적 조작 등 비리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실제 전 학부모 회장 아들(현 3학년)은 지난해 한국교원총연합회 회장상을 수상했으며 해당 학생의 부모는 상담 부장교사에게 사례비로 5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A교사가 위장전입을 통해 자신의 아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킨 뒤 내신관리를 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학부모회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와 달리 학부모들 사이에 자생적으로 조직된 단체"라며 "금품 모금도 관례적으로 이루어졌을 수는 있겠지만 학교 차원에서 벌인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학부모들에 대한 조사결과 ‘수표를 건넸더니 현금으로 달라’는 교사도 있었고 ‘아들에게 유리할 것이란 생각에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학교 측 개입여부는 판단하기 이르지만 일부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K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중간·기말고사 자료를 확보, 내신성적 조작 가능성 등에 대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동그란기자 gr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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