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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버 폭력, 처벌 앞서 규제장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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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버 폭력, 처벌 앞서 규제장치를

입력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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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이버 폭력을 조직· 학교 폭력 등과 나란히 4대 폭력으로 규정, 피해자의 고소 고발 없이도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사이버 공간의 성폭력 협박 명예훼손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강력한 규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의 역기능을 다스리는 데 형벌을 앞세우는 것은 순기능을 해칠 위험이 크다. 더욱이 명예훼손 등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뜻에 따라 처벌하는 일반적 법 원칙까지 바꾸겠다는 것은 너무 나갔다.

사이버 공간에 범죄적 타락과 일탈이 넘치는 현실은 바로잡아야 한다.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악용한 명예훼손과 협박 등은 이름과 안면의 틀에 묶여 있던 우리사회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아무런 자기 억제 없는 사적 표현이 빠르게 전파돼 피해를 확대시킨다.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피해의식과 공포감은 더 크다.

그러나 사이버 폭력, 넓게는 정보위험 사회에 대처하려면 먼저 사회적 여과장치에 힘써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형벌적 사후규제보다 자율적 윤리향상과 행정적 사전규제가 우선이다. 정보화 사회의 기반인 사이버 공간의 특성에서 비롯된 역기능을 막으려다 순기능적 특성까지 억누르는 것은 어리석고 규제의 실효성도 의심되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에서 인권 선진국들도 익명성 폐해 방지에 주력한다. 인증절차를 강화하고 공공 네트워크 운영자에게 사용자 기록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다. 범죄추적 가능성을 확보, 일탈행위를 견제하는 것이다. 이런 예방장치는 허술하거나 유명무실한 마당에 사후처벌 강화를 서두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다. 특히 일부 추측처럼 대통령에 대한 사이버 테러에 자극받았다면 우습다. 그런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부터 탈 권위와 거리 먼 퇴영적 발상이다. 고도 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정책적 고민과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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