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깊숙이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참여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정치권의 외압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김 전 차관이 왜 자신의 개입사실을 축소했는지, 사업 참여를 지시한 윗선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발부된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에서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철도청장 재직 시절은 물론 건교부 차관 시절에도 유전사업 진행상황을 상세히 보고받았다. 지난해 7월 말께 우리은행 측에 신속한 대출을 부탁하고, 철도재단 정관변경 등의 실무적인 일에도 관여했다. 이 같은 구도라면 김 전 차관은 사실상 유전사업의 핵심 주역으로 부상하게 된다. 또 유전사업을 청와대와 관련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했거나 최소한 진행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날 김 전 차관의 구속으로 정치권 외압 수사는 한층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영장 청구 직전 "김세호라는 산을 넘어야 수사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개입 사실을 감추려 했다면 유전사업 참여를 지시한 자신의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했던 김 전 차관을 움직였을 정도의 윗선이라면 현 정부의 실세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철도청의 유전사업 관련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청와대 ‘외교안보위’(야당에선 국가안전자문회의(NSC)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해석)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유전사업을 철도청에 소개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이기명씨, 이씨와 고교 동창으로 노 대통령 후보 시절 자문위원을 지낸 허문석씨 등이 그 동안 외압의 ‘몸통’으로 지목돼 왔다. 김 전 차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광재 의원을 4~5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유전사업과 관계가 없는 만남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유전사업에 철도청이 부나비처럼 뛰어들게 된 이유를 밝힌다는 검찰수사의 성패는 김 전 차관이 앞으로의 조사과정에서 얼마나 입을 여는지에 달려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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