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서울 청계천 주변 재개발 시행업체 2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래로RED 대표 길모(35)씨가 재개발을 추진한 을지로2가 일대에 수사가 집중됐으나 이날 종로 ‘세운상가구역 제32지구’의 재개발을 추진하던 부동산개발업체 H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기로 "청계천 주변구역 모두를 보고 있다"는 검찰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중구 회현동 일대 재개발 비리에 대해서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구속된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김일주 한나라당 전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 외에 서울시내 모 구청장, 서울시 고위직 출신 정계인사 등의 이름이 벌써부터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H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양 부시장의 추가 비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부시장이 위원장이었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세운상가 일대 등의 구역변경을 심의하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실무자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건물 높이제한과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 준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주상복합의 경우 상업이나 업무시설보다 분양가가 높아 개발 이익도 1.5~2배에 달하기 때문에 높이제한과 용적률 완화는 바로 엄청난 이익을 보장한다. 미래로RED와 H사 모두 이 같은 주상복합건물 건설과정에서 서울시에 로비를 벌였다. H사가 건립하려고 하는 주상복합건물은 남산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고도제한 완화 여부에 따라 막대한 조망권 프리미엄이 가능한 곳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업체들에서 압수한 자료와 양 부시장 집무실에서 발견된 외화·한화 현금뭉치,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이 입금된 통장 등을 토대로 양 부시장의 추가혐의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건물 고도제한 완화와 인·허가 결재라인에 있었던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한 내사도 계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어느 정도 이번 사건에 연루됐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미 이 시장 면담알선 대가로 14억원을 주고받은 길씨와 김 위원장이 실제 이 시장을 만난 사실은 서울시의 자체 발표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청탁과 관련한 면담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검찰에서 "청계천 사업과 관련된 민원성 만남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구체적인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에게 직접 돈이 건네진 혐의를 잡지 못하는 한 섣불리 수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뇌물이 대개 현금으로 전달되고, 따라서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체 관계자나 양 부시장, 또는 김 전 위원장 등의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수사가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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