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유럽연합(EU)이 10일 모스크바에서 정상 회담을 갖고 ‘더 큰 유럽’을 향해 상호 협력을 다짐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EU 의장국인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 등 EU 대표단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2차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 하루 뒤인 이날 2년간 난항을 거듭해온 ‘파트너십과 협력 협정’에 합의했다. 이 협정은 경제적 유대 강화 및 정치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경제, 자유·안보·사법, 대외 안보, 연구·교육·과학 등 4개 분야에서 협력 및 파트너십 구축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협정에 대해 "‘경계선 없는’ 통합된 유럽 건설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융커 총리도 "러시아와 EU 사이에는 극복해야 할 분열이 남아있으나 공통의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EU와 러시아는 통상 장벽 제거 등 시장 통합에 치중했다. 러시아로서는 EU가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고, EU는 석유 및 가스의 5분의 1을 러시아에서 공급 받고 있을 정도로 양측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묶여있다. EU는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유럽 내 러시아 출신 불법 이민의 귀환을 요구하며 러시아가 요구한 비자 요건 완화는 거부했다.
이번 정상회담 및 파트너십 협정은 실질적 내용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U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시민혁명에서 친 러시아 후보 대신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 편에 서면서 야기됐던 긴장 관계를 푸는 단초가 되리라는 것이다.
서유럽의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위기의식과 과거사 문제 등은 이번 회담에서도 여전히 미해결로 남았다. 푸틴 대통령은 2차대전 이후 50년간 소련 점령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지난해 EU 가입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친 서방’ 노선으로 기울고 있는 구 소련국가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와의 국경 문제를 끄집어내며 "양국이 ‘바보같은(idiot)’ 국경 요구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또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기념행사를 보이코트한 에스토니아를 비난하며 발트해 국가들의 과거사 사죄 요구에 대해 ‘정치적 민중 선동’이라고 깎아내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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