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부터 본 방송이 시작된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도입을 지원하기 보다는 미디어 산업의 발목을 잡는 정책은 결국 서비스 제공 시기를 일본보다 6개월 이상 늦추고 말았다. DMB 도입과정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미디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를 알 수 있다.
DMB 도입 과정에서 제기된 첫번째 문제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DMB 도입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새로이 등장하는 융합형 미디어 서비스를 자신들의 규제 영향력 아래 두려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두 부처간의 이해 관계에 대한 조율이 어렵사리 끝나자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로 보내졌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KBS 시청료 분리 징수라는 정치적 이슈를 만나 시간만 허비했고 결국 지난해 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간신히 통과됐다.
DMB의 도입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대한민국에는 통방 융합 환경을 반영한 정책의 큰 틀을 가지고 미디어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규제 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 통합 규제 기구를 만드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규제기관 간의 이기주의다. 사실 규제 기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통합되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재의 구도를 선호하게 된다. 이렇게 해당 기관들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통방 융합 기구 기획단이 만들어져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논의가 공전된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청와대에서 직접 나서서 통합 규제 기구 설립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입법의 미비나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뉴미디어 산업이 성장의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통합 규제 기구는 융합 시대의 본질인 디지털 기술의 성장성을 이해하고 뉴미디어 분야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적인 방송 공영성 문제와 뉴미디어의 산업성 문제를 하나의 잣대로 보려 하기 때문에 통합 규제 기구 설립에 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이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공영 방송의 공공적 가치 보호와 관련된 문제를 분리해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별도 기구의 설립 방안도 논의해 볼만하다.
도준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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