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월12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으로부터 쌀 협상 결과가 당초 사무국에 제출한대로 확정됐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작년 한 해 9개국과 50여 차례 협상을 했고 그 결과 12월30일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제출했던 이행계획서 내용 중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 연장한다는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수정안은 회원국 검증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한 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행계획서 수정안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그런데 쌀 협상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 ‘이면합의를 했다’는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오해가 증폭되고 급기야는 국정조사를 하게 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이러한 오해가 촉발되고 불신이 커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째는 발표하는 과정에서 내용에 대한 이해가 달라 불필요한 오해가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쌀 관세화 유예를 확보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지 않았느냐 하는 비판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들은 쌀 이외에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었다고 했는데 왜 지금 와서 다른 합의가 있었느냐, 속인 것 아니냐는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작년 12월30일 발표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부는 분명히 ‘기술적이고 절차적인 사항, 양자 차원의 부가적 사항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를 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가별, 쟁점별로 별도의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었던 것은 협상 내용은 대부분 윤곽이 잡혔지만 아직 완전히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정부는 발언 내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으며 그 결과 그 단계에서 책임있게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한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이 정부의 일방적인 생각이고 농민들이나 국민들 보기에는 발표 내용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 협상을 하는 정부의 고충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앞으로 정부도 보다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국민들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임을 밝혀 둔다.
둘째로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주장에 대해 필자는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 더 연장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9개국과 협상을 하면서 쌀 이외 다른 품목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상대방은 우리가 뭘 원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대가 없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세화 유예를 받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필리핀 두 나라밖에 없고 더구나 유예기간을 10년 더 연장한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러한 원리는 어느 협상에서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지금 당장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 코앞에 닥쳐 있는데 우리가 협상에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개도국 지위를 확보해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개도국임을 인정하는 국가가 많지 않은 현실 속에 개도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설사 얻어진다 하더라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러한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협상의 기본원리를 깊이 머리 속에 넣고 과연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를 다 함께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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