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분식회계 사실을 실토해 정부당국의 ‘매’를 덜 맞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향후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분식을 해소하겠다"고 이례적으로 자진 공시를 했던 대한항공은 결국 제재 수위를 낮추는데 성공했고, 하나캐피탈 삼양옵틱스 등 역시 감리과정에서 재무제표 상에서 분식을 자진 해소함에 따라 제재를 감경 받았다. 고해성사 유도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1일 정례 회의를 열어 미착품(주문 후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은 항공기 부품) 계정의 과대 계상 등을 통해 2002, 2003 회계연도에 이익잉여금을 각각 879억원, 721억원 부풀린 대한항공에 대해 ‘경고’ 및 ‘감사인 지정 1년’의 조치를 내렸다.
대한항공의 분식회계는 당초 과징금 부과 등의 중징계에 해당되는 수준이었지만, 회사측이 감리과정에서 2004 회계연도 재무제표 상에서 일부 분식을 해소했고 나머지는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해소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자진 공시를 한 사실이 참작돼 경징계 수준인 경고 조치만 받았다.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2년 유예 조치에 따라 과거 분식을 자진 해소하는 경우 2년간 감리를 면제해주는 한편, 이미 감리에 착수한 경우 자진 고백 시 제재 수위를 2단계 감경하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실무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증선위는 이날 이와 함께 횡령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하나캐피탈과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한 삼양옵틱스 등 2개사에 대해서도 감리과정에서 자진해서 재무제표에 분식을 해소한 점을 인정, 2단계 감경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하나캐피탈은 ‘유가증권발행 제한 6개월 및 감사인 지정 2년’ 조치를, 삼양옵틱스는 ‘과징금 9,550만원 및 감사인 지정 2년’ 조치를 받았다.
이에 앞서 기아자동차 역시 감리과정에서 현대모비스 지분에 대한 평가 방식을 시가법에서 지분법으로 자진 정정해 ‘주의’라는 경미한 제재를 받는데 그쳤다.
이처럼 자진 실토에 따른 감경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악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감리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자진 신고 형식만 빌면 제재를 감경해주는 것은 지나친 봐주기"라며 "정상 참작이 될만한 진정한 자진 신고라고는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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