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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추방된 사람들 - 조국으로 가는 길,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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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추방된 사람들 - 조국으로 가는 길, 나를 만나다

입력
200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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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그렇듯 영화 ‘추방된 사람들’은 생소하다.

알제리 출신으로 14세 되던 해 프랑스로 건너 간 토니 갓리프 감독은 자신의 분신 같은 두 명의 알제리 젊은이 자노(로맹 뒤리스)와 나이마(루브나 아자벨)를 영화에 등장시켜 알제리로 긴 여행을 떠나보낸다. 카메라는 프랑스를 출발해 스페인을 거쳐 알제리로 향하는 그들의 여정을 좇는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두 청년은 이 여행를 통해 뿌리를 확인하고 삶의 상처를 치유받는다. 아마 갓리프 감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알제리를 좀 알아 둔다면 영화 보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알제리는 스페인과 터키의 지배에 이어 130여 년간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10년 동안독립전쟁을 거쳐 1962년 가까스로 독립했으나 이 과정에서 많은 알제리인이 고향을 떠나 프랑스로 흘러 들었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역시 이 때 프랑스로 넘어간 알제리인의 자식일 것이다.

영화 스타일은 너무도 자유분방하고 거칠어 어쩌면 좀 낯설지 모른다. 물론 하늘을 이불 삼아 길에서 자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에 관객들은 대리 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5,000㎞에 달하는 두 청년의 여행길을 따라가는 일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때문에 차라리 신나는 뮤직 비디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더 편할 것이다. 테크노 음악과 플라멩코 등의 각 지방 민속음악이 영화 내내 깔린다. 통상의 로드 무비답지 않게 늘어지는 느낌이지만, 영화 말미 15분가량의 알제리식 ‘씻김굿’ 장면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롱 테이크로 찍은 이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격정적인 알제리의 ‘수피음악’에 맞춰 온 몸을 흔든다.

갓리프 감독은 타향 프랑스에서 구두 수선공으로 길거리를 떠돌고 소년원 신세도 지면서 서럽게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때문에 조국 알제리의 아픔과 보헤미안적 삶은 꾸준한 그의 영화 주제이다. 이 영화로 그는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일 개봉.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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