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일부러 전보다 자주 시골집에 전화를 걸어 아버지와 대화를 한다. 예전에는 아버지와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다. 돈 좀 주세요. 학교에서 아버지 오시래요. 꼭 그렇게 필요한 말들과 전해야 할 말들만 했다. 그래서 지금도 막상 전화를 하면 서로 할 말이 많지 않다. 말이 막히면 나는 어제 물은 말을 또 묻는다.
아버지, 아침엔 뭐하셨어요? 아래 머위밭의 머위들이 잎도 많이 넓어지고 줄기도 많이 굵어졌지요? 예전에 할아버지가 일구신 닥밭 있잖아요. 거기에 이제는 닥나무는 없고 아버지가 새로 심으신 두릅나무뿐이지요? 다들 먹기는 개두릅이 참두릅보다 낫다고 하는데 아버지 생각도 그러세요?
참, 기침은 어떠세요? 시내 갔다 오실 때 버스 내려서 집까지 오시는데 숨은 안 차세요? 그러니 쉬엄쉬엄 다니세요. 마당 가 매실은 많이 열렸어요? 자두나무는요? 앵두나무 좀 잘 지키세요. 지난해처럼 다람쥐가 다 따먹어 저 먹을 것도 없게 하지 말고요. 나이든 아들이 응석을 부린다고 생각하는지 그쯤에야 아버지는 웃으신다. 그럼 내일 또 전화 드릴게요. 아버지와 나는 예전에 하지 못한 대화를 밀린 숙제처럼 요즘에야 더듬더듬 하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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