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lotus)은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로, 아시아 남부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원산지다.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며 꽃이 아름답다.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다. 넓은 잎은 물에 젖지 않으며 7~8월 붉은 색 또는 흰색 꽃을 피운다. 수정이 이뤄지면 15~25개의 검은 씨가 들어 있는 연밥이 생기는데 잘 익은 종자는 수명이 500년이나 되어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는 식용이나 약용으로, 잎과 줄기는 강장제 피로회복제 진통제 해독제 지혈제 등의 약재로 널리 쓰인다.
■ 부처님이 말 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가섭만이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에서 알 수 있듯 연꽃은 불교를 상징한다. 더러운 물에서 살지만 더럽혀지지 않는 처렴상정(處染常淨),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를 맺는 화과동시(花果同時), 합장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연꽃 봉오리 등이 불교를 상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처렴상정은 중생 구제를 위해 온갖 죄업과 더러움이 있는 생사의 세계로 몸을 던지되 본연을 잃지 않음을, 화과동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인과율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것으로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다.
■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법요식과 연등회 등의 행사는 힌두교인들이 자신의 신들에게 물 향 꽃 등불과 음식을 바치는 습속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부처님 시대에는 공양으로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밝히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경문왕 6년(866년)과 진성여왕 4년(890년) 정월 보름에 황룡사에 연등을 켜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켰고, 진흥왕 때 연등회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 시대에는 연등회가 큰 명절의 하나로 음력 정월보름이나 2월 보름에 열렸으나 나중에 4월 초파일로 옮겨졌다고 한다.
■ 부처님 오신 날(15일)을 앞두고 불교 신자건 아니건 사찰을 찾아 등불을 밝히고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기원한다. 등불을 켜는 진정한 의미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의 빛을 온 누리에 퍼지게 한다는 데 있다. 동시에 미망에 빠진 자신을 위해 지혜의 등불을 밝힌다는 깊은 뜻이 있다. 특히 연꽃 모양의 등을 선호하는 것은 바로 연꽃의 특성을 본받아 나를 희생하면서도 청결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겠다는 기원이 담겨 있다. 등불을 켜면서 혹시 자신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여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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