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최근 일교차가 심한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다. 생후 5개월 늦둥이 딸이 자칫 감기라도 들까 전전긍긍한다. 맞벌이 부부인 김중환(41·회사원·인천 중구 신흥동) 윤명숙(38·회사원)씨는 퇴근하자마자 서로 먼저 집으로 달려와 아이를 보살피는 즐거움에 빠진다. 이들은 결혼 11년만에 가슴으로 아이를 낳았다.
김씨 부부는 그동안 입양은 꿈도 꾸지 않았다. 임신 실패가 이어지자 결국 주변의 권유에 따라 시험관 아기를 갖기로 했다. 그 결과 결혼 10년 만인 2002년 첫 딸 가은이를 낳았다. 체중 1.26㎏의 미숙아였기에 오히려 더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는 22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부부는 더 이상 아기를 원하지 않았다.
부부는 지난해 11월 TV를 보다 연극인 윤석화씨가 아들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순간 얼굴이 마주쳤고, "우리도…"하며 눈짓으로 다짐을 했다. 이튿날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다. 김씨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아내의 혈액형과 같은 O형 아이가 태어나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한달 후인 지난해 12월17일 경기 평택의 미혼모 시설인 ‘에스더의 집’에서 "O형 딸아이가 오늘 태어났다"고 연락이 왔다. 부부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어머니 윤씨는 "첫눈에 내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부모가 누군지, 건강상태는 어떤 지 물어보기도 전에 당장 아이를 품에 안았다"고 말했다. 가슴에 묻은 아이 가은이의 동생이란 생각으로 ‘예은’이라 이름 지었다.
김씨 부부는 그날 이후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예은이가 중학생이 되면 입양 사실을 밝히면서 태어난 날부터 친부모 이상으로 키워왔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 5일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입양의 날(11일)을 앞두고 마련한 ‘입앙가족모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예은이가 감기가 걸려 외부 나들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윤씨는 "내년부터는 기념행사에 반드시 참여해 예은이가 또래 아이들과 자연스레 친구가 되면서 서로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은이의 동생을 입양하는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는 이들 부부는 요즘 세 가족의 첫 여름휴가 계획을 짜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매년 5월11일을 ‘입양의 날’로 지정했다. 가정의 달(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이(1)를 입양, 건강한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에서다. 현재 매년 버려지는 9,000여명의 아이들 가운데 국내입양은 1,700여명이고 해외입양은 2,200여명에 달하고 있지만 5,000여명의 아이들은 보육원에 맡겨지고 있다.
동그란기자 gr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