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의 학력과 국제 경쟁력에 대한 논의를 자주 접한다.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1년 동안 어떻게 대학 생활을 보냈느냐는 그의 향후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대학 교육의 전 과정을 통해 첫해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대학 1학년은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배우고 익힌 많은 지식을 비판적 사고로 전환하고 이를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안목을 키우며, 본격적인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에 앞서 그에 필요한 기초 소양과 연구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받는 중요한 기간이다. 그러기에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서 신입생은 특별 관리대상이며 그 학교가 가지고 있는 교육과 연구 역량의 총체가 신입생을 위하여 투여된다. 외국의 경우 신입생의 개론 강의를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저명한 교수들이 직접 맡는 것이 그런 이유이다.
이렇게 중요한 1학년 기간을 한국 대학 신입생들은 입시로부터 보상받는 기간으로 간주하여 선진국 명문대학의 신입생들에 비해 지나치게 공부를 등한시하고 있다. 어제 오늘 알려진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 속에는 머리 좋고 경쟁심 강하기로 유명한 한국 학생들이 왜 대학에만 들어가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술자리를 기웃거리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결여되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언론의 태도도 하버드의 누구는 일주일에 몇 시간 공부를 하는데 국내의 누구는 그 반도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식의 단순 비교 일색이다. 하지만 대학생의 경쟁력은 단순히 투여된 학습량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학습을 통해서 그들이 당대의 사회가 직면한 역사적 과제를 이해하는 방식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좀더 다각적이고 심도있는 비교를 했어야 했다.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매개가 아니라 한 사회 속의 학문과 기예의 정화이기 때문이다. 만일 물리적 학습량만 본다면 하루 종일 법전과 씨름하고 있는 고시 준비생이 가장 많은 시간 공부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누구도 고시 준비를 대학 경쟁력의 바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의 경쟁력 하락은 단순히 학습량의 저하를 넘어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평생을 걸고 고민해야 하는 대상에 대한 학문적인 문제의식을 입학 초기 대학이 던져주지 못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방향을 상실하면 방황할 수밖에 없으니 신입생들이 향하는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 술집이고 교수의 어려운 강의보다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의 경쟁력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따라서 한시바삐 그들을 캠퍼스 밖에서 도서관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입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 기초과목에 더욱 충실한 강의가 요구된다. 좋은 강의는 교수 개인의 실력과 열정으로만 완성될 수는 없다. 강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제반 교육 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하다. 세계적인 명문대학과 비교할 때 우리 대학의 강의를 위한 인적·물적 여건은 지극히 열악한 상황이다.
둘째, 신입생들이 강의 시간을 통해 배운 내용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습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도서관에 전문 서적이 턱없이 부족하니 인터넷에 너무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신입생 시절 가장 중요한 ‘읽고 쓰는’ 훈련이 되질 않는 것이다.
셋째, 1학년 교양 과정의 통과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일단 입학만 하면 어떻게 졸업은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신입생들이 저토록 공부에 매달리는 이면에는 유급에 대한 공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제 대학신입생의 경쟁력 제고를 더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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