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줄곧 상승세를 이어오며 경기회복 기대를 뒷받침하던 소비심리가 다시 방향성을 잃었다. 6개월 후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을 전망하는 소비자기대지수 4월 조사치가 3월보다 0.9포인트 떨어진 101.3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넘는 만큼 소비심리가 냉각됐다고 말하기는 섣부르나 국내외 경제환경을 둘러보면 유가·환율 불안에다 북핵 리스크까지 가중돼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정책의 방향과 타이밍을 치밀하게 관리해야 할 재정경제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권력과 정치권의 관심사를 떠받치는데 급급하는 것은 딱하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은 터키 순방 중 "한국경제가 물가든 외환이든 성장률이든 실업률이든 모든 측면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해 여러 해석과 뒷말을 낳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경기회복 선언이 아니라 외환위기나 가계부채 등 여러 걸림돌을 극복해 구조와 체질의 개선을 이뤘다는 뜻"이라고 해명해 넘어갔으나 이후 정책 당국은 시장보다 청와대의 의지를 먼저 살피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경부가 늘상 장기 세제개편 과제라고 하던 양도세 실가과세가 "경기보다는 부동산투기 근절이 우선"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5·4 부동산 대책’이 된 것은 단적인 예다. 실무자들마저 제대로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는데도, 한국경제설명회를 위해 런던에 가 있던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을 합리화하는 조치가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은 오해"라는 덕담만 했다.
이런 인식이라면 한덕수 경제팀이 안팎으로 거센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내수·수출 복합불황 조짐에다 북핵 리스크까지 겹친 만큼 확장적 경기대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헛발질이다. 동기의 중요성이 무시되고 대의명분만 충만한 사회에선 합리적 시장주의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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