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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칼날 정치권 강타/ "실세에게…" 與 당혹 "유력 주자에게…" 野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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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칼날 정치권 강타/ "실세에게…" 與 당혹 "유력 주자에게…" 野 긴장

입력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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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전개발의혹과 청계천 개발사업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각각 여권 실세와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사건인 만큼 파장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여야는 이에 대한 상대 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삼갔다. 수사의 불똥이 어느 방향으로 튈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이번 사안을 잘못 건드렸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악재속출에 우려 "정치쟁점화 말라"

우리당은 10일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검찰이 이광재 의원 회관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하는 마당에 섣불리 입장표명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수사에서 이광재 의원 측근의 8,000만원 수수설은 물론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청와대가 지난해 8월 사업개요를 보고 받았다는 사실 등이 추가로 밝혀지는 등 예상 밖 악재가 속속 터져 나온 탓이다. 추가로 드러난 사실만큼 우려도 커졌다. "참여정부에 큰 부담을 주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엔 국민의 정부에 도덕적 상처를 입혔던 옷 로비 의혹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당직자들이 하나 같이 말을 아낀 것도 이런 당혹감에서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이날 "검찰에 맡겨두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만 했다.

우리당은 그러나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한나라당 공세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정 원내대표는 "수사는 사정기관이 할 일이지 정치권이 간섭할 게 아니다"며 "정치권이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닌 만큼 더 이상 그 문제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청계천사업관련 비리 수사를 쟁점화해 맞불을 지피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은 아니다"는 신중론에 묻혔다.

한편 당사자인 이광재 의원은 전날의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나는 절대로 돈을 받지 않았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일부 의원은 검찰의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뚜렷한 범법사실도 없는 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일단 지켜보지만 정략수사는 안돼"

청계천 복원 사업을 둘러싼 비리의혹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한나라당의 속내는 한마디로 복잡하다. 검찰을 향해 눈을 부라리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모른 채 하기도 어렵다. "일단 지켜보자"는 말 밖엔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10일엔 경기 성남중원 지구당 위원장을 지냈던 김일주 씨가 14억원 수뢰혐의로 당 이미지 손상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청계천뿐만 아니라 어떤 비리라도 검찰이 사심 없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는 이의가 없다"며 "단지 야당 단체장 흠집내기, 오일 게이트 물타기 등 정략적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면 좌시할 수 없으니 사심 없이 철저히 수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보는 의원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내 이 시장 계보 의원들은 "이번 사건은 사기꾼에게 놀아나다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제2의 김대업 사건’이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검찰이 의도를 갖고 이 시장을 궁지로 몰아붙이려고 하는데 당이 팔짱만 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비(非) 이 시장계 의원들은 "차떼기 이후 공들여 쌓아 놓은 당 이미지가 또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며 짐짓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였다. "워낙 이권이 많이 걸린 사업이다 보니 파리가 끓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 지도부는 이 문제엔 손 대지 못하고 이광재 의원이 연루된 ‘오일게이트’ 공세에만 전력했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검찰이 청와대 관여부분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깃털만 수사 하고 빠지면 특검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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