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이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을 지난해 8월 청와대뿐 아니라 산업자원부 장관에게도 보고한 의혹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국정원 보고를 받고서야 처음 알았다고 밝힌 것보다 석 달 전에 이미 정부 안에서 사업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 동안 이를 숨긴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정부 차원의 해명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순 철도청 차장은 주무부처인 산자부 장관에게 유전사업 내용을 보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즈음 철도교통진흥재단은 유전사업 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8월31일 철도청 사업본부장이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사업내용을 보고했고, 사흘 뒤 유전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그 직후 사업본부장은 철도재단 이사회에서 이광재 의원과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다며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런 경위에 비춰 이제 사건을 단순히 철도청이 이권을 노린 업자의 농간에 넘어가 무모한 사업을 벌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업자와 유착 흔적이 드러난 이 의원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가 어떤 형태로든 연루된 정황이 두드러졌다. 그런데도 청와대 행정관 혼자만 알고 위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식의 군색한 변명만 해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다. 주무장관과 청와대 행정관까지 소상하게 아는 일을 청와대 지휘계통은 전혀 몰랐다는 얘기는 상식에 어긋난다.
국민이 갖는 의혹은 권력실세라는 이 의원이 개인적 동기로 철도청을 움직이거나 뒤를 봐줘 결국 큰 돈을 날리게 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철도청이 서둘러 유전계약을 한 뒤 러시아를 방문한 대통령이 극동유전 공동개발을 약정한 것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크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의무인 것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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